경실련 "주요 대선후보 공약, 알맹이 없는 종합선물세트" 쓴소리

입력
2022.03.03 14:10
4개 정당 후보 공약집 평가 기자회견
"지지층 입맛만 맞춘 부실 공약 남발"

"거대 양당 후보의 경제 공약은 계통이 다른 과자를 종합선물세트에 넣어서 뿌리고 다니는 수준이다."(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치 공약은 종합선물세트에 알맹이조차 없다."(정지웅 변호사)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쓴소리를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3일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개최한 공약 평가 기자회견에서다.

각계 전문가 51명이 모인 경실련 공약평가단은 이날 4개 주요 정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후보자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약을 4개 영역(경제, 부동산·도시, 사회복지, 정부·정치)의 18개 세부 분야로 나눠 개혁성, 구체성,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경실련은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5일 시한까지 공약집을 제출하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10대 공약 등을 근거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후보직을 사퇴했다.

평가는 박했다. 임효창 경실련 공약검증단장은 "공약이 전체적으로 나열식이고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와 4차 산업혁명이란 전환기에 맞는 경제·사회 구조 개선 정책 같은 공약들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 단장은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 지지층 입맛에 맞는 부실 공약만 남발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평가단은 경제 영역 공약을 두고 "개혁성을 갖춘 공약은 미흡한 반면, 재벌·대기업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경제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재원 마련 방안도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조연성 교수는 "거대 양당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듣기 좋은 얘기만 하다 보니 자기 모순이 더러 발견된다"고 꼬집었다.

부동산·도시 영역 공약에선 "모든 후보가 주택 공급 확대를 천명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미흡해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발이익환수 제도가 제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에 더해 세금 감면과 대출규제 완화까지 이어진다면 부동산 가격 불안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사회복지 영역에선 "공약 재탕에다가 복지 철학과 진정성이 담긴 정책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부·정치 영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극복 방안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됐지만, 재원 마련 전략이 없고 나열식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