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달러도 뚫어버린 국제유가…"정점 모른다" 관측 5가지 이유

입력
2022.03.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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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단체 "유류세 인하 폭 확대 해야"


연초부터 오름세로 출발한 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급등세로 전환되면서 배럴당 110달러 선을 뚫었다. 연내 배럴당 최대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던 국내외 경제연구 기관들의 국제유가 예상치도 속속 상향조정되면서 150달러대까지 올라간 상태다. 유가를 누를 요인이 보이기는커녕 상승요인들만 수두룩한 상황 속에 일각에선 “정점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 및 인하 폭 확대가 필요하단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록 넘기나…"배럴당 150달러" 관측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국제 유가의 끝 모를 고공행진은 전 세계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현지시간 기준 2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10.3.41달러)에 비해 약 7% 급등한 배럴당 110.6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이 110달러를 넘긴 건 2011년 5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12.93달러로 전 거래일(104.97달러)보다 7.6%올랐고, 두바이유 역시 110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국 투자사인 바이슨 인터레스트의 조시 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원유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를 환경을 조성했다”며 “국제 원유 수급 제한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배럴당 140달러 선도 넘을 수 있단 얘기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 등 국내 전문가들도 좀처럼 하락 요인들조차 찾기 힘들어진 상황을 두고 “국제유가 예측 자체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급등…"내릴 요인이 안 보인다"

기관과 전문가들은 ①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여파 ②추가 증산에 소극적인 산유국 행보 ③효과가 제한적인 주요 소비국들의 비축유 방출 움직임 ④이란 핵합의 지지부진 ⑤지구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출구전략 수립 등을 ‘유가 예측 불가’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어둡다. 당장,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면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교역도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주요 산유국들은 증산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가격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국 측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에게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이사회 참여국들도 동참할 뜻을 거듭 밝혔지만 유가는 이를 비웃듯 뛰고 있다. 이란의 원유공급 요인이 될 미국과의 핵합의도 미진한 데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면서 원유 수요까지 늘어나는 점도 유가 하락을 점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 유류세 인하폭 확대 할까

이에 전문 기관에선 국제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이 국내 무역수지 악화, 물가상승, 에너지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현행 20%이던 유류세 인하 폭을 30%까지 확대하고, 기간 또한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