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육아하는 아빠'다. 전업은 아니고 직장과 병행했지만, 맞벌이하며 쌍둥이 아들을 키웠다. 12년간의 육아를 통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육아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특히 유아기 자녀와의 소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눈맞춤과 눈높이다. 이러한 노력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올바른 소통을 돕고 더불어 애착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눈맞춤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된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른과 아이가 눈맞춤을 하며 이야기를 했을 때 뇌파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정보소통이 증가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소통과 정서에 도움이 되며 학습 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서로 눈을 보며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닌 셈이다.
아이와의 소통에서는 눈높이도 중요하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말은 수준을 맞춘다는 의미인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물리적인 눈높이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아이가 대화를 원할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이나 허리를 굽히는 것처럼 높이를 낮춰주는 것이다. 어른보다 키가 작은 유아기의 아이는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위로 올려다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눈높이를 맞춰주면 아이가 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추가해주면 좋은 행동이 있다. 아이와 대화를 마친 뒤에는 꼭 안아주는 것이다. 아이는 항상 부모의 따뜻한 품을 원한다. 몸이 자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 또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행동이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안아주기만 해도 된다. 포옹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생성시키는데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습관이 되지 않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상대방과 눈을 3초 이상 마주치면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집에서도 바쁜 부모라면 안아주며 말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의 대화에서 눈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여러 가지 면으로 살펴봤을 때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포기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인 영역이다.
뜻하지 않게 빠르게 찾아온 비대면 시대는 인간이 서로 만나지도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고 해서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역량 중에는 공감·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이 언급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올바른 관계 형성을 배우는 것은 부모와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더욱 쉽게 하는 것은 눈과 눈높이를 맞추는 공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와 눈 맞추고 대화하기, 눈높이를 맞춰주고 안아주기. 두 가지만 새로 익혀서 실천한다면 아이와 부모 사이의 애착과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은 훨씬 더 쉽게 그리고 튼튼하게 형성될 것이다. 이렇게 탄탄한 울타리가 형성된 가정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훨씬 더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한 준비물도 굳건한 마음가짐도 필요 없이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해볼 수 있는 얼마나 쉬운 방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