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피엔스’ 저자인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이번 전쟁이 푸틴의 역사적 패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라리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푸틴은 이미 이번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전쟁 전력이 이미 실패했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는 “키예프 신속 점령 후 꼭두각시 정권 수립이 푸틴의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으로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을 통해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려던 푸틴 대통령의 구상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하라리 교수는 “러시아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해선 크림반도 합병 당시처럼 무혈 승리가 필요했다”며 “사상자가 늘어나면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를 증오하게 되고, 이는 곧 저항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고, 인명피해가 늘면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하라리 교수는 푸틴 대통령을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푸틴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만행, 특히 레닌그라드 봉쇄에서 용맹하게 싸웠던 러시아군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당시와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지만, 지금 푸틴의 역할은 당시 러시아군이 아닌 히틀러”라고 일갈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신나치’로 규정하고 ‘비나치화’를 명분으로 침략했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이 히틀러와 같은 침략자라는 얘기다.
후쿠야마 교수의 진단도 비슷했다. 그는 1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푸틴의 소망은 소비에트 연방 재건과 구소련 붕괴 후 만들어진 유럽 안보질서의 전복”이라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1991년 이후에 일어난 모든 것을 이전으로 되돌리려 한다고 평가한 후쿠야마 교수는 그러나 “러시아는 구소련 같은 강대국이 전혀 아니다”고 진단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의 현 체제는 ‘르 상티망’(원한)과 초강대국 시대에 대한 향수로 움직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략은 대실패로 끝나고 (러시아가) 많은 것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50년이나 지속된 냉전처럼 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