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에 우크라 사태까지...차량 생산 늦어지고 가격 더 뛸까 업계 '긴장'

입력
2022.02.27 22:00
우크라 사태에 공급망 더 꼬일 듯
전기차 등 차량 가격 밀어올리는 원인
배터리 소재 공급 영향은 미미할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생산 공정에 차질이 생기고,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가격을 크게 밀어올릴 수 있어 자동차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27일 자동차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주요 자동차업체의 재고 확보를 위한 상향 주문 여파로 여전히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업계는 올해 2, 3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데다가, 코로나 상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새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꼬일 가능성이 커져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체와 시장 규모가 다르다. 특히 계약 체결부터 최종 제품납기까지의 간격이 6개월가량 걸려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도 어렵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제조 공정이 다른 산업 대비 더 지체되는 이유다.

이번 사태로 차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업계 고민이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가격은 더 크게 뛸 수 있어, 전기차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부품사 관계자는 "지금도 차량 인도 대기가 긴 편인데, 더 늦어지면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가격도 전기차 저변 확장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의 또 다른 주요 소재인 배터리 공급은 이번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가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의 국내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소재에 가격변동이 생기면 이를 배터리 판매가격에 반영하도록 연동해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협력해 장기계약을 맺거나 저가 원소재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소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두고 있어 전쟁으로 인한 소재 공급망 불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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