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러시아 규탄 결의안 무산

입력
2022.02.26 09:34
상임이사국 러시아, 거부권 행사
중국ㆍ인도ㆍ아랍에미리트 기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러시아 규탄 결의인 채택이 무산됐다. 당사국이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던졌고 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가 기권한 탓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 상정된 결의안에 대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미국이 주도한 대 러시아 규탄 결의안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무산된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1개국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러시아는 반대했고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은 기권했다. 다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결의안 채택 가능성은 사실상 처음부터 없던 상태다.

이날 러시아의 비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결의안 채택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외신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조만간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보리와 달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지만, 표결 과정에서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국가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당시에도 국제사회는 유엔 총회를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다만 아쉬움은 역력하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표결 후 "러시아는 결의안을 비토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과 원칙·진실을 비토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 역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