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강동 고덕과 송파 오금, 강남 세곡 등 강남권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원가가 25평 기준으로 평균 2억7,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김헌동 SH 사장은 이 같은 분양원가를 토대로 강남에 5억 원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공주택 품질 개선을 위한 '서울형 건축비' 도입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SH 본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설명회를 열고 강남구 세곡2지구 1, 3, 4, 6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SH는 지난해 12월 고덕강일 4단지를 시작으로 오금1·2단지, 구로 항동 2·3단지 아파트 분양원가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날 SH가 공개한 세곡2지구는 네 번째 지역으로 특히 강남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세곡2지구는 택지조성원가와 건설원가가 각각 평당 517만 원, 602만 원으로, 이를 합한 분양원가는 평당 1,120만 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개한 다른 지역의 분양원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세곡2지구는 SH가 2013, 2014년 분양한 공공주택 단지로, 서울 지하철 3호선과 SRT 수서역이 인접해 입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고덕강일과 오금, 세곡의 평균 건설원가는 611만 원으로 25평 기준으로 1억5,275만 원이다. 3개 지역의 택지조성원가는 평균 용적률 200%를 적용하면 평당 473만 원으로 25평 아파트에 1억1,825만 원이다. 25평 기준으로 강남권에 아파트를 지을 경우 2억7,100만 원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토지는 두고 건물만 임대한다면 강남도 충분히 5억 원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공공주택의 품질 개선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민들이 10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백년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의 기본형 건축비를 따르면 50년 정도면 수명을 다하는 아파트가 자꾸 만들어지고, 재료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건축비를 더 투자하는 '서울형 건축비'를 추진해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건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시장은 시와 협의해 정부에 법령 및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다만 '백년주택' 후보지에 대해 김 사장은 "강서 마곡과 송파 위례 등 그동안 SH가 택지 개발한 곳도 있고 앞으로도 끊임 없이 토지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백년주택을 언제쯤 처음 공급할지 말하기 어렵지만,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SH가 확대를 예고한 후분양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아파트는 다 지어놓고 파는 게 시장 원리에 맞다"면서 "90% 이상 지은 상태에서 분양한다면 광주에서 일어난 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같은 부실시공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