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뉴스를 생산하고, 들여다봐서인지 올림픽이라는 '거사'를 치르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정작 애드벌룬을 띄워야 할 스포츠 이벤트가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패럴림픽의 개막일은 언제이며,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같은 해, 같은 도시에서 연달아 열린 건 1988년 서울 대회부터였다. 이처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회를 개최했던 우리나라지만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올림픽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올림픽 기간 지상파 3사 모두 하루 10시간 이상 중계에 매달리며 선수들의 뒷이야기까지 취재하는 것과 달리 패럴림픽은 중계 시간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해 도쿄패럴림픽을 마친 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패럴림픽 중계는 도쿄올림픽의 7.3%에 그쳤다. 김 의원은 "패럴림픽을 가장 많이 방송한 채널이 KBS 1이다. 하지만 총 1,660시간 중 635시간인 38%가 하이라이트였고, 자정 이후에 방송됐다"고 꼬집었다. 개최지였던 일본, 그리고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했을 때 중계시간이 턱없이 적다. 이들 나라는 패럴림픽도 올림픽처럼 하루 종일 생중계를 한다고 한다.
27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한상민은 "알파인스키뿐만 아니라 컬링이나 파라 아이스하키와 같이 토너먼트식으로 열리는 경기가 있다. 이전에는 하이라이트만 방송에 나갔는데, 베이징 대회는 하이라이트가 아닌 풀경기 영상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선 패럴림픽 선수단장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응원과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회 현장에서, 그리고 국내에서도 패럴림픽 소식을 많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장애인 스포츠는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재활의 목적으로 인식했다. 지금은 비장애인 엘리트 스포츠처럼 스포츠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패럴림픽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경연장이다. 패럴림픽은 하반신 마비(Paraplegic)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다. 여기에 올림픽과 나란히(Para+Olympic) 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기, 즉 올림픽과 동급의 위상을 갖는 대회로 해석한 것이다.
언론의 사각지대에서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였을 패럴림픽 선수단을 보면서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은연중 작용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다양성 중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있을 뿐이다.
2년 전 개봉한 영화 '더 베스트 오브 맨'은 패럴림픽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드윅 구트만의 실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4년 영국에서 신체 마비 판정을 받은 군인들을 살려낸 구트만은 환자들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계획을 세운다. "환자들이 어떤 운동 분야에 최고냐"는 주변의 비아냥에 구트만은 "최고의 인간들"이라고 답한다.
진짜 인간 승리 드라마가 펼쳐질 패럴림픽을 이번엔 제대로 한번 즐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