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해지는 온라인 동물학대… 디시 등 커뮤니티 운영자도 책임져야"

입력
2022.02.23 20:00
카라·이원욱 의원 공동 온라인 동물학대 대책 토론회
범죄 방치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책임 물어야

온라인 사이트동물학대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학대글을 방치하는 커뮤니티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학대범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확실한 검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동물학대 범죄의 특징과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동물 대상 잔혹 범죄, 온라인에 잇따라 게시

지난해 길고양이·너구리 등을 살해하고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사건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동물학대 사진과 영상들이 잇따라 게시돼 왔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포획해 산 채로 칼로 찌르고 불태운 영상이 디시인사이드 야옹이갤러리에 올라와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이날 기준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갤러리를 폐쇄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1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동물단체들은 디시인사이드 대표와 동물학대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최소한의 책임 물어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온라인상 동물학대 범죄 '무대'를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외돼 있는 동물학대 사진과 영상물을 추가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발제를 통해 "디시인사이드 고양이 방화 학대 사건의 경우 게시글은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어떤 조치도 받지 않은 채 게시돼 있다 게시자가 스스로 글을 삭제했다"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제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정보통신망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학대 영상 노출은 누군가에게 간접 학대이고 이는 동일한 행위에 대한 가해자를 양산해 내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의 내용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경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는 "학대범들은 범행 장소인 사이버 공간이 공개된 곳일수록, 공간의 파급력이 높을수록 학대를 추진할 동력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서는 웹사이트 이용권한을 주는 것 자체가 범행 장소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므로 법 개정 취지와 같이 관리자의 책임과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온라인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학대범은 물론, 이를 공공연히 게시하도록 방치해 사회와 국민의 피로감을 강요하는 통신망 사업자까지 공범으로 처벌해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법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어떤 유통방지 업무를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지적도 나왔다. 주현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 유통현상 등을 고려할 때 동물학대행위 촬영물 역시 유통을 강력하게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법 개정에는 무리가 없다"며 "다만 정보통신망법뿐만 아니라 유통방지업무 수행 내용이 담겨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에도 같은 내용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수사와 검거 방안 마련... 양형기준 세워야

이와 함께 온라인상 동물학대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학대범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확실한 검거 방안을 마련하고, 양형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는 수사에 전문기술이 필요한 만큼 사이버 범죄로 지정해 전문적으로 수사하고, 찰 내부에 동물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동물학대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참여자 20만 명을 넘을 때마다 정부의 단골 답변 중의 하나는 양형기준 마련이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동물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판부에서 일관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양형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