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여섯 명이 숨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의 피해자 가족 보상 합의가 22일 마무리됐다. 사고 발생 42일 만이다. 다만 철거 범위 등을 둘러싼 HDC현대산업개발과 예비 입주자 간 입장 차는 여전한 상태다.
23일 화정아이파크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유족 측은 전날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 안정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민·형사상 합의와 산업재해 보상까지 합의를 마쳤다"며 "협상 과정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전 회장이 광주 현장을 찾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감을 보여 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광주시와 서구 등 유관 기관, 예비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주변 상인들이 참여하는 가칭 '상생협의회' 구성도 제안했다. 추후 진행될 철거·재시공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살피고 입주자와 상인들의 피해 보상을 다각도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일각에서는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사고가 발생한 201동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공원이나 도서관을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이미 분양을 받은 201동 131가구의 동의가 필요한 데다, 피해자 가족협의회도 '녹지화'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안정호 대표는 "화정아이파크가 사고의 아픔을 딛고 행복한 주거시설로 거듭나는 과정을 기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힌 게 와전이 됐다"고 해명했다.
유족과의 협의가 일단락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예비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무관하게 '단지 전면 철거 및 재시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커 입장 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면 재시공이 결정되면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현재 약 2,600억 원 규모) 급증은 물론 입주 지연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 지급을 감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업주체의 귀책 사유로 입주가 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지연되면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전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은 물론 기납부한 분양대금에 대해 연 1.99% 금리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고 기존 입주 예정자들과의 계약 진행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기관, 수분양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범위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