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배추 김치' 업체 사과했지만...불똥 튄 유통업계 빠른 '손절'

입력
2022.02.23 17:00
한성식품, 곰팡이 핀 무·배추 사용 논란에 사과
 "공장 즉시 폐쇄, 원인 규명 착수...죄송하다"
홈쇼핑업계, 온라인서 한성식품 김치 판매 중단
"소비자 불안 덜기 위해 해당 기업 제품 환불도"

곰팡이가 핀 썩은 무와 배추를 손질하는 등 김치 제조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된 국내 유명 김치 전문업체가 "해당 공장을 폐쇄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변질된 식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먹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유통업계는 해당 업체 김치 판매를 중단하는 등 빠른 '손절'에 나섰다.

김치 제조업체 한성식품은 23일 공식 홈페이지에 김순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한성식품은 "22일 보도된 자회사 효원의 김치 제조 위생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재 법적 처분과 관계없이 해당 공장을 즉시 폐쇄하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체 정밀점검과 외부 전문가의 정밀진단을 신속하게 실시하여 한 점의 의혹과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나아가 공장의 영구 폐쇄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위생과 품질관리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이사는 2007년부터 정부로부터 전통명인 29호, 김치명인 1호로 지정된 인물이다. 그는 전통김치 외에도 미니롤 보쌈김치, 미역김치 등 특허김치를 개발, 판매해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김치공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홈쇼핑업계 빠른 손절...소비자 불안에 조건 없는 환불도

한성식품은 MBC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비판 여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곰팡이 배추 김치' 논란은 유통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홈쇼핑 업계는 논란이 확산하자 온라인몰에서 팔던 한성식품의 김치를 아예 판매 중단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한성식품의 김치를 판매한 롯데홈쇼핑, 공영홈쇼핑, NS홈쇼핑은 현재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보도를 통해 확인된 문제의 김치를 판매한 게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NS홈쇼핑은 해당 상품을 산 소비자들에게 조건 없이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공영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조치가 나오는 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할 방침이다.

이번 논란으로 홈쇼핑업계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먹거리 논란은 식품·유통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불러온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고 혹시 모를 위생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홈쇼핑업계가 판매 중단이라는 결정을 빠르게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한성식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공장에서 곰팡이가 펴 검게 변질된 무와 배추를 손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깍두기용 무를 담아 놓은 상자에 곰팡이가 피고, 포장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에는 애벌레 알이 달려 있는 등 비위생적인 내부 환경도 문제가 됐다.

해당 공장의 직원들조차 "더러워" "쉰내가 난다" "난 안 먹어" 등이라고 말하며 식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이 영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공익제보자가 여러 차례 촬영한 것이다.

설립된 지 30년이 넘은 한성식품은 연매출 500억 원 이상 규모의 기업이다. 김치의 경우 해외에 70% 수출하고, 30%는 국내 급식업체와 종합병원·리조트에 납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