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내 이주민 가운데 중국동포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나라 출신에 비해 이들의 인구수를 훨씬 부풀려 추정하고, 소득과 학력은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 것이다.
22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16일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한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및 정책선호'(공동저자 최정윤 김성훈 최승주)를 공개했다. 연구원의 '공공정책 역량강화 연구지원'을 받은 서울대 및 싱가포르경영대 소속 저자들이 국내 성인 남녀 4,000명을 설문조사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다.
논문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국내 거주인구 1만 명당 이주민 수를 묻는 질문에 중국동포는 1,377명, 탈북민은 457.7명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수치인 102.9명, 6.5명보다 각각 13배, 70배 이상 많은 걸로 추정한 것이다. 전체 이주민을 놓고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추정치가 1만 명당 875.5명으로, 참값(400명)보다 2.2배 높은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연구팀은 "중국동포는 국내 이주민 집단 중 일부인데도 중국동포 인구가 전체 이주민보다도 많다고 비논리적으로 과대 추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동포와 탈북민의 학력 수준은 실제보다 저평가됐다. 이주민 그룹 가운데 고학력자(전문대 졸업 이상)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국동포 고학력자 비중은 평균 17.7%, 탈북민은 19.7%로 집계됐는데, 이는 실제값보다 각각 6.4%포인트, 9.5%포인트 낮다. 이에 비해 전체 이주민의 고학력 비율 추정치는 28.3%로 실제(27.1%)보다 되레 높았다. 이런 인식은 경제적 평가에도 작동했다. 월평균 임금 300만 원 이상인 이주민 비율을 묻는 질문에 중국동포(9.7%)와 탈북민(7.9%)의 추정치는 전체 이주민(11.0%)보다 낮았다.
범죄율 추정치에서도 중국·북한 동포에 대한 편견은 확인된다. 이주민 전체 범죄율(인구 1만 명당 범죄건수)부터가 실제값(130명)보다 3배가량 높은 384.4명으로 과대 추정됐는데, 중국동포 범죄율은 이보다도 높은 584.1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탈북민 범죄율 추정치는 169.8명이었다. 연구팀은 중국동포 및 탈북민의 경우 범죄율 통계치가 없어 분석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설문조사 과정에서 내국인 범죄율이 310명 정도라는 정보를 제공했는데도 중국동포를 비롯한 이주민 범죄율을 전반적으로 과대 추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근본 요인으로 교류 부족을 꼽았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중국동포와의 교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 탈북민은 9.2%에 각각 그쳤다. 전체 이주민과의 교류 경험이 41.9%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팀은 범죄 기사나 영화 및 미디어를 통한 간접경험 또한 특정 이주민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편견과 오해가 동포들의 안정적 정착을 방해하는 덫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동포 출신인 김용선 한중무역협회 회장은 "한국에 온 지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별이 곳곳에 있다"며 "미국·일본·중국 등 출신 국가와 상관없이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