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이미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물가 체감 심리가 역대 최악 수준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육류 생선 과일 채소 등 장바구니 품목도 하나같이 오름세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출고가를 인상하며 식당에선 소주 한 병에 5,000원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다가 목욕비와 미용료 등 서비스 요금과 내구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월급 빼곤 안 오른 게 없는 셈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까지 치솟는 등 대외 변수로 물가가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가용 대책을 총동원하겠다며 유류세 인하를 연장키로 방향을 잡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배달 앱별 수수료를 공개하고, 김밥 치킨 떡볶이 등 12개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도 공표키로 한 것이 물가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가격과 배달료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선택하고 있다. 새로울 게 없는 정보를 모아만 놓는 게 무슨 대책인가. 그보다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는 없는지 철저하게 감시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 최근에도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이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적극 재정이 물가를 부채질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했지만 정부 확장 재정과 유동성 공급이 결과적으로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은 신속하고 충분하게 이뤄져야 하나 전반적으로는 돈을 풀 시기가 지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때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도 점차 긴축 재정으로 돌아서며 전 세계가 돈줄을 죄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24일 회의가 주목된다. 한은의 존재 이유가 물가 안정 도모를 통한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