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이 美 물가상승 부채질?… "인플레 10% 도달"

입력
2022.02.16 18:46
RSM "유가 20% 오르면 물가 연 28%p 급증"
연준 금리인상 압박… "0.5%p 올릴 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물가가 10% 넘게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공급망 위기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동유럽발(發) 위기가 국제유가마저 끌어올리며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글로벌 회계법인 RSM 보고서를 인용,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 연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1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5% 급등해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10% 수준의 물가상승을 기록한 것은 1981년 10월이 마지막이다.

근거는 끝 모르고 오르는 국제유가다. 보고서는 유가가 20% 뛰면 12개월간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2.8%포인트 상승할 거라고 계산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고조에 배럴당 90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2.08달러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러시아의 철군 움직임에 긴장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날(95.02달러)보다 4% 떨어진 가격이다. RSM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설 경우 원유값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JP모건 역시 위기가 격화할 경우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가 더 오를 여지마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조 브루스엘라스 RSM 수석 연구원은 “단기적인 충격이 이 정도”라며 “유가가 11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향후 1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주요 원인이다.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설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긴축 고삐를 지금보다 더 바짝 조일 수밖에 없다. 브루스엘라스 연구원은 “(이 경우) 연준이 정책 정상화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이 몰려올 수 있다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