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들, 잇따라 "러, 언제든 우크라 침공 가능"

입력
2022.02.14 08:41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금 당장도 가능"
커비 국방부 대변인 "침공 첩보, 다양한 경로서 나와"


미국이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며 재차 주장했다. 20일까지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전에도 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외교적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낙관할 이유’가 없다며 전쟁 위기설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지금 당장이라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거주 자국민에게 48시간 이내 대피를 촉구한 것의 연장선으로,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전화 담판에도 침공 징후가 여전하다는 미국 판단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가 병력을 증강하는 방식, 그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조만간 대규모 군사 행동이 있을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며 “우린 계속해서 외교에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단결되고 단호한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후 러시아 지상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맹공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제기한 ‘16일 침공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보도를 확인할 입장은 아니지만 (침공에 대한 첩보는) 다양한 기관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10만명 이상의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돼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긴장을 낮추거나 외교적 방법에 전념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히 아니다. 낙관할 이유가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에 선제 제재를 가하는 방안과 관련, 누군가가 하지 않은 일을 놓고 처벌한다면 오히려 그 일을 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 경우 억제 효과를 잃게 된다고 부정적 뜻을 내비쳤다.

영국도 우려 목소리를 더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 국경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어 언제든지 공세를 펼칠 수 있다”며 “걱정스러운 점은 엄청난 양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대는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계속된다. 러시아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선임부연구원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협과 외교, 은밀 공격 등과 같은 모든 수단을 사용해 충분한 양보를 얻어내고 러시아를 다시 세계의 중심에 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적대적 행위로 목적을 달성했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