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살 것으로 알려진 대구 전원주택은 '철옹성'이었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야산 자락에 높이 7, 8m에 이르는 대리석 담장과 건물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뾰족한 쇠창살 등으로 둘러싸인 단독주택은 어른 키 높이로는 전혀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이 '경호용 건물'이라고 추측하는 바로 앞 신축 주택 사이 골목 입구 양쪽에는 차량 차단기 설치대도 있었다. 서울 내곡동 전 사저와 달리 주변은 한적하지만, 무인경비는 이미 삼엄하게 이뤄지고 있는 집이었다.
12일 오전 8시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예정 전원주택. 대구 달서구 대구수목원에서 편도 2차선인 테크노파크로 13㎞를 차량으로 10여 분 달리다 도로 끝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자마자 야산 자락에 집이 보였다. 1,676㎡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712㎡ 규모의 이 주택은 멀리서는 건물 형태가 식별됐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건물 내부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담이 높았던 탓이다. 이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주거용 건물과 3개의 부속 건축물, 넓은 정원을 갖고 있었지만,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건물 맞은편 단독주택에는 공사 인부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맞은편 건물과 지하로 연결돼 있다', '경호원들이 머물 공간이다' 등으로 소문난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5, 6명의 인부가 타일 설치와 배선 작업 등 인테리어 마감 작업으로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했다는 이 주택은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인부들은 "이 건물은 경호 용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두 건물 사이에 지하 통로가 있지도 않다"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인테리어 마감재가 고급 자재인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경호 건물로 부적절하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이 건물은 박 전 대통령 사저 현 건물주 A씨가 신축 중인 주택으로 전해지면서 경호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입주할 시점과 신축건물 완공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경호동' 추측을 키우는 대목이다. 인근 중소기업 대표인 A씨는 2014년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동탑산업훈장도 받는 등 박 전 대통령과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로 이 건물을 계약하고 입금도 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세 27억5,000만 원에 나와 있던 집을 25억 원에 매입해 계약금 2억5,000만 원을 지급하고, 잔금은 22일쯤 치를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는 2016년 이 집이 건축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별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건물 슬래브를 세 번이나 치는 등 안전과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고,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방문 시 머물기도 했다고 했다.
인근 야산에서 밭농사를 하는 도회성(72)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구속될 것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이 단독주택은 기껏해야 퇴임 후 별장 역할에 그칠 것으로 봤다"며 "이제 평생 기거할 사저가 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에 사저를 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 이곳에는 아침부터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환영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대구 달서구 대곡에서 온 박우섭(83)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는 대신 고향으로 돌아온다니 너무 좋다"며 "불쌍한 근혜가 대구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웃들도 반겼다. 30m 떨어진 곳에 사는 박광락(63)씨는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아지면 동네에 운동하려고 나오실 테니 좋은 이웃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태생인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 당선을 시작으로 달성에서만 4선 의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