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TV토론에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서로의 취약점을 파고 들며 격앙된 난타전을 벌였다. 무대는 기자협회가 주최한 2차 대선후보 TV토론이었다. 대선을 26일 앞두고 도덕성 검증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는 발언을 직격했다. “윤 후보는 자신을 (검찰총장, 서울지검장으로) 중용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공연하게 정치 보복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위협까지 하고 있다"고 말해 여권 지지층 결집 신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차별화 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보복 수사 대전'에 이 후보가 본격 참전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백현동의 민간임대 비율 축소 의혹을 공격하는 것으로 반격했다. 이 후보는 “저는 공익 환수를 설계하고, 국민의힘은 배임을 설계한 것”이라고 윤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이익 8,500억 원을 언급하며 “그 자금이 지금 누구 주머니에 있는지 반드시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이 후보를 재차 겨냥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후원금 및 두산건설 특혜 의혹도 다시 거론했다. 이 후보의 지자체장 시절 '치적'의 이면을 집중 조명하면서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깨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수사기관의 수사로 무혐의로 밝혀진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무속 의혹 논란’도 제기했다. 윤 후보가 지난해 검찰총장 시절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신천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속인의 조언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윤 후보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압수수색 논란은) 코미디 같은 쇼였다"고도 했다.
1차 토론에선 자제했던 배우자 의혹 공방도 벌어졌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꺼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주식양도세를 없애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분이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범죄 의혹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며 가세했다. 윤 후보는 "검찰이 이미 별건에 별건 수사를 했다"며 무고함을 호소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도 정조준했다. 이 후보는 거듭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서로에 대한 날선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공격을 받아치면서 “사실이 아닌 말씀을 자주 하신다” “엉터리 이야기” 등의 표현을 썼다. 이 후보의 약점인 '말 바꾸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 후보는 토론 초기엔 "네거티브보다 정책 검증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 공세가 본격화하자 반격 모드로 돌아섰다. “윤 후보가 명색이 법률가인데 허위 주장을 너무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각자 후보단일화 대상으로 꼽고 있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공격을 자제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비판한 뒤 안 후보의 동의를 구하는 형식을 자주 취했다. 이 후보는 ‘통합 정부’ 구상을 언급하며 안 후보 견해를 묻는가 하면, 안 후보에겐 날카로운 질문을 피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심 후보를 향해선 "서두가 너무 길다. 짧게 질문하라"(윤 후보) “그러지 마시라"(이 후보)며 거칠게 반응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취재진에게 자기 후보의 발언을 보충 설명하거나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팩트 체크’ 자료를 수 차례 발송하며 장외 화력 지원에 나섰다. 민주당은 총 10차례, 국민의힘은 14차례(논평 2건 포함) 자료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