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4)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역시 쇼트트랙이라는 말을 다시 듣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왔던 최민정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남자 대표팀도 압도적인 실력을 앞세워 5,000m 계주 결선에 오르며 기대감을 더했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8초443을 기록,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1분28초391)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메달은 하너 데스머트(벨기에)가 차지했다.
크리스틴 샌토스(미국),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등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3번 레인에서 출발한 최민정은 다소 아쉬운 스타트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5위로 밀려난 뒤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기회를 노리던 최민정은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승부수를 띄웠다. 모두가 선두를 노리는 상황에서 최민정은 아웃코스를 나가는 듯하다가 인코스로 치고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고, 샌토스와 폰타나가 엉켜 넘어지면서 2위로 올라섰다. 결승선을 앞두고 최민정은 날 밀기를 시도했지만 스휠팅이 0.052초 빨랐다. 레이스를 마친 최민정은 태극기를 받아든 뒤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기쁨과 아쉬움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민정은 "저도 눈물이 왜 이렇게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힘들었던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게 준비했는데 메달을 딸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 준비하는 동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 "지금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온다"며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저를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여자 1,000m는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한국이 꾸준히 메달을 가져왔던 종목이다. 하지만 2018 평창 대회에서는 메달이 끊겼다. 당시 1,000m 결선에서 최민정은 심석희와 충돌하면서 메달을 놓쳤다. 최근엔 당시 심석희의 충돌이 고의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000m는 최민정에게 반드시 결자해지하고 싶던 종목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개인전 1개 종목(1,500m)과 3,000m 계주가 남았다. 이제 목표는 금메달이다. 최민정은 "오늘 1,000m 경기를 하면서 어렵게 풀린 부분이 있다. 다음 경기 땐 더 자신감 갖고 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남은 종목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2위 자리를 이어가던 한국은 마지막 주자인 맏형 곽윤기가 힘을 냈다. 곽윤기는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를 노려 네덜란드를 제쳤고, 이후 발을 쭉 뻗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에선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중국은 1조에서 다시 한번 석연찮은 판정을 등에 업고 결선에 올랐다. 중국은 레이스 도중 캐나다 선수와 날이 부딪치면서 넘어져 4팀 중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로는 탈락이지만 심판진은 중국에 어드밴스를 줬다. 중국의 어드밴스 상황에 대해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2위로 가는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이 부딪쳐 넘어졌기 때문에 구제해주겠다는 (심판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유빈은 여자 1,000m 준결선에서 1분28초170을 기록, 2위 하너 데스머트(벨기에)에 0.004초 차로 밀리며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