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만 명씩 발생하고 있는 일본에서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단체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도쿄 순환 전철인 ‘야마노테선’ 일주 시위를 단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북미 유럽 등 서구에서는 이런 시위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 정책에 협조하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주간여성’ 최신호에 따르면 ‘야마노테선 일주 노마스크 액션’이란 명칭의 이 시위가 벌어진 것은 한 달 전쯤인 지난달 16일이다. 당시는 오미크론 확산 초기로 하루 2만 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할 때였다. ‘노마스크, 탈마스크를 위해 행동하는 모임’ 개최로 다수의 고령자와 자녀를 동반한 부모 등 90명 이상이 이날 낮 12시반 시부야역에 모여 1시간 동안 도쿄 순환선인 야마노테선을 타고 일주했다.
주최자로 보이는 이의 페이스북에는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웃는 얼굴로 승차하고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등의 사진이 아직도 다수 게재돼 있다. 손팻말에는 ‘마스크 힘들지 않나요’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지 말라’ ‘PCR 검사는 엉터리’ ‘어린이의 속마음은 마스크를 벗고 싶다’ 등 마스크와 백신, PCR 검사에 반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날 주최자는 참가자들로부터 약 2만6,000엔을 모금해 플래카드 비용 등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후 전단지 제작 등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것은 주최자가 2월 7일에 올린 게시물이었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40.8도까지 올라가는 고열이 나고 가래, 콧물이 나와 자택 요양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러나 “인플루엔자 증상과 똑같다”며 자기 마음대로 진단하면서 “병원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엉터리 PCR 검사를 실시하고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오면 코로나19로 진단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태를 걱정하는 댓글에 “오늘은 조금 나아졌으니 전단지를 배부해 보려고 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해당 글에는 주최자 외에도 권태감 식욕부진 고열 미각장애 등의 증상이 있다는 사람이 있으나 모두 한결같이 감기 또는 인플루엔자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기사가 나가고 논란이 되자 이 게시물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뉴스 댓글란에는 비난 글이 잇따랐다. “컨디션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전단지 배부라니 그만둬라” “독감에 걸려도 마스크는 쓰니까 그냥 마스크를 써라”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간지에 따르면 2월에도 이 단체와 무관한 다른 단체가 또다시 노마스크 야마노테선 일주 시위 개최를 발표하는 등 비슷한 일이 계속될 전망이다. 시민들은 시위를 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폐쇄된 전철 내에서는 하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