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상암동에서 현실이 된 자율주행차… 운전 실력은 “초보보단 낫네”

입력
2022.02.11 04:30
DMC역~주택가·업무지구 5㎞ 구간 운행 시작
차선 변경 안정적… 교차로·우회전 땐 안전 준수
운전사 급제동 아찔한 상황도… 완벽하진 않아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자율주행차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현실이 됐다. 서울시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 ‘SWM’이 10일 유상 운송을 시작하면서다. 자율주행차 노선은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상암동 주택가 및 업무지구를 경유하는 4, 5㎞ 구간이다. 셔틀 형태로 운행되는 승용차를 노선 내 14개 정류장에서 호출할 수 있다.

이날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DMC역까지 4㎞ 구간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체험했다. ‘TAP!(탭)’이란 이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호출하자 10여 분 뒤 도착했다. 차량 문을 열 땐 스스로 움직이는 차량을 탄다는 기대감과 안전에 대한 걱정이 교차했다.

포티투닷 자율주행차는 ‘레벨4(사람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이지만, 운전석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탑승하고 있었다. 법과 서비스를 모두 고려한 조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선 자율주행이 금지돼 사람이 직접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기자가 탄 차량도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음성 안내와 함께 자율주행이 해제됐고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운전했다.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응급 상황이나 짐을 실을 때 승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향후 법적으로 완전 무인주행이 가능해지더라도 승객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계속 둘 방침”이라며 “자율주행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티투닷 자율주행차는 △전면 카메라 2개 △측면 카메라 4개 △후면 카메라 1개 △전면 레이더 3개 △후면 레이더 2개 등 총 12개 센서가 장착됐다. 다른 자율주행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다(레이저스캐너)’ 센서는 없었다. 라이다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성능이 뛰어난 반면 가격이 비싸고 날씨에 민감하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라이다를 배제해 비용을 낮췄다고 한다. 대신 ‘차량사물통신(V2X)’ 기능을 갖춰, 통신망으로 교통 상황 및 신호를 미리 받아 안정적 주행을 추구한다.

자율주행차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시속 30~50㎞ 제한속도 범위 내에서 주변 상황에 맞춰 운전했고 차선도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교차로에선 좀더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교통신호, 앞 차량과 반대 차선 차량의 움직임, 보행자 등을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면서 빠져나갔다. 우회전할 땐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더라도 4, 5초가량 정차 후 안전이 확보되면 움직였다. V2X로 미리 정보를 받는 덕에 신호등 앞에서 급정거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돌발상황에선 사람의 제어가 필요했다. DMC역 부근에서 버스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고,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급히 스티어링 휠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충돌사고는 피했지만 몸이 크게 앞으로 쏠렸다.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세팅했다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았다. 초보운전자보다 조금 나은 운전 실력이랄까.

목적지 도착엔 12분이 소요됐다. 일반 택시보다 2, 3분가량 더 걸린 셈이지만, 2,000원에 불과한 요금을 감안하면 괜찮은 대체재로 느껴졌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상암동 자율주행 셔틀을 12대로 늘릴 계획이다. 다음 달엔 자율주행 버스도 투입, 자율주행차가 정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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