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5개 경제학회가 10일부터 이틀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무거운 경고음으로 가득하다. ‘코로나 이후 경제 발전방향과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가 대주제인 만큼, 비판적 논의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쪽으로 발전을 도모하자’는 주장보다 ‘이러다간 큰일 난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건 지금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위기감의 반영일 것이다.
▦ 경제학자들의 진단은 ‘4대 위기론’으로 요약된다. 장용성 서울대 교수는 향후 불황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불황에 코로나까지 덮치며 실업이 증가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경기가 살아나도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동안의 ‘돈 풀기’ 정책과 원자재 공급난 및 에너지 가격 앙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이미 정상궤도를 이탈했고, 집값 폭등까지 더해져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 스태그플레이션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상승→고용감소ㆍ제품값 상승→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의 악순환에 따른 위기적 불황 우려로 이어진다. ‘부채’와 ‘재정’ 위기론도 만만찮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 민간ㆍ정부 부채 비중은 이미 250%를 초과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민간 부채의 20%, GDP 대비 40%에 이르는 가계ㆍ기업 부채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해,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 재정이 팽창하며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해 GDP 50%를 돌파한 정부 부채도 위기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지적하며, 정부 지출 확대가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불러 성장을 저해하고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빚의 복수’를 경고했다. ‘부동산’은 위기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불황과 재정ㆍ부채 위기 속에 집값이 급락할 경우,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다. 대선이 정책경쟁 대신 역대급 이전투구로 치닫는 동안 곳곳에서 위기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