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사건에서 1심 재판을 맡은 판사가 또다시 휴직한 사실이 8일 공개됐다.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의 김상연 부장판사는 6개월 병가 휴직을 신청해 대법원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이 사건을 심리하던 김미리 부장판사도 작년 4월 질병을 이유로 3개월 휴직계를 내고 재판을 넘긴 바 있다. 동일 재판부에서 2명의 부장판사가 휴직한 것은 이상 작동하는 사법부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사건에서 판결문을 작성하는 주심판사를 맡아왔다. 이런 그의 휴직 배경을 놓고 핵심 증거인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에 대한 내부 갈등이 원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재판부는 문제의 PC가 위법수집 여지가 있다고 봤으나 대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당사자인 김 부장판사는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는데 이런 갈등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돌연 휴직은 무책임한 재판 회피에 가깝다. 재판부의 민감한 내부 문제가 외부로 표출되는 것도 법적 판단을 여론에 의존하는 행태란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다.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재판장과 주심 교체로 2년 넘게 공판만 거듭해왔다. 이번 김 부장판사의 휴직과 김미리 부장판사의 인사이동을 감안하면 재판은 다시 하염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민감한 사건에 대한 판사들의 시간 끌기, 재판 회피는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 2월 재판부가 바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만 해도 무려 7개월에 걸쳐 전임 재판부가 진행한 증인진술 녹음을 다시 듣는 어이없는 절차가 진행됐다. 최근 판사 3명 전원이 교체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의 1심 재판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사법 신뢰의 시종이 재판에 있는데 판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판단을 계속 미룬다면 누가 재판을 믿겠는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 해도 법률에 의해 양심대로 판단하고 판결하는 판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