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배가 충청을 거쳐 배송?... 서울시, 비효율 물류 체계 손질 나선다

입력
2022.02.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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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 택배 타 지역 경유하자
소규모 물류거점인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조성
전통시장 신선상품 당일·새벽배송 받는 서비스도

#며칠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한 김모(27)씨는 택배 배송 추적을 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쇼핑몰 업체에서 발송된 택배가 충북 옥천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거쳐 배송된다고 표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쇼핑몰에서 저희 집까지 거리가 8㎞도 안 되는데, 200㎞나 떨어진 충북을 거쳐 배송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8일 최근 변화된 유통 트렌드에 발맞춘 '생활밀착형 신(新) 물류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2015년 18억 개에서 2020년 34억 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비대면 거래가 급속히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비효율적 물류 체계 개선이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물류단지는 1개, 물류창고는 32개로 경기도의 5.3% 수준이다. 지역적 특성으로 물류센터 조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택배 물량과 비교해 너무 부족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는 우선 8월부터 아파트 단지 등 주요 자치구 거주지 인근에 소규모 물류거점인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조성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기존 택배사는 공동배송센터까지만 택배를 배달하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지역에서 고용한 청년들을 통해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물류 처리 단계가 개선될 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통시장의 신선상품을 당일이나 이튿날 새벽 배송받을 수 있는 '우리시장 신선상품 빠른배송' 서비스도 4월부터 시작한다. 최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당일·새벽배송이 확산되는 흐름에 발맞춰, 전통시장의 유통 창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전통시장 안에는 물품 보관부터 포장, 출고까지 원스톱으로 처리 가능한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라는 소규모 물류센터가 조성된다. 올해는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과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성과를 분석해 소규모 재래시장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 물류 시스템으로 주목받는 '로봇택배 기술'도 서울시청에 도입된다. 서울시 물류기업 및 스타트업이 개발한 로봇기사가 5월부터 시청 내 우편물과 택배를 배송하도록 할 계획이다. 백호 시 도시교통실장은 "비효율적인 배송 체계는 개선하고, 첨단 기술은 빠르게 도입할 계획"이라며 "경쟁력 있는 도시 물류 모델 조성을 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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