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는 다문화야" 선생님 말씀이 상처였습니다

입력
2022.02.07 17:10
'다문화가족 포용정책' 당사자 간담회
학교 내 차별, 부족한 다문화 교육 등 지적
여가부 "차별 감수성 높이는 교육 추진"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갔는데 선생님이 반 아이들한테 '이 친구는 다문화청소년이야'라고 소개했어요. 친구들이 꺼림칙해 해서 눈치가 보였어요." (구영찬·16)

"사회 시간이었는데 중국 관련 내용이 나온 거예요. 선생님이 '명호야 중국에 대해서 아니?'라고 물어보는데…. 엄마 나라에 대해 당연히 아는 것처럼 물어봐 곤란했어요. 전 한국에서 태어나서 중국 문화도 언어도 모르거든요." (윤명호·17)

두 학생은 모두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이민해 온 가정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다. 다문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데, 이곳에서 맞닥뜨리는 편견과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름 없이 '다문화'라 불리는 아이들… "따돌림당할 수도"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경기 안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다문화가족 부모, 자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과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하기로 한 여가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교육기회 평등, 학력격차 해소 같은 거창한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다문화가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결혼이민자로 10세 딸을 키우고 있는 쿨바예바리나씨는 고등학교 이중언어교사로 일하면서 불편한 장면을 자주 본다. 그는 "학교 선생님들이 다문화학생 이름이 외국어로 돼 있어 길면 그냥 '다문화학생, 이리 와 봐' '다문화학생, 이거 해'라고 한다"며 "이런 차별적 발언이 학생들 사이 따돌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협의해 교육과정 반영하겠다"

하지만 다문화 교육은 부실, 그 자체다. 교육부가 권고하는 '다문화 교육'이란 '연간 2시간 이상' 수준에 그친다. 여가부는 교육부와 협의, 효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교육과정에서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다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콘텐츠가 더 많이 제공되도록 교육부와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문화가족 부모들은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문제, 익숙하지 않은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가부는 산하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와 주변 학교 간 정보 교류를 활발히 하는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부모 자녀 관계 향상 등 관련 상담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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