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옥석 가리려는 유권자 열의에 답하라

입력
2022.0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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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열리는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30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접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정책적 쟁점 없이 네거티브 공방만 가열돼 유권자들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 두 유력 주자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도 중도층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3일 열린 대선후보 4인의 첫 TV토론 시청률이 39%로 역대 2위에 오른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식견, 정책 비전을 확인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갈증이 더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거티브전이 난무하면 정치 혐오감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법한데도 오히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은 진흙탕 속에서도 옥석을 가리겠다는 유권자들의 열의 때문으로 봐야 한다. 대선이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지율 등락폭이 크고 부동층이 많은 것도 유권자들이 이슈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첫 TV토론 후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는 응답이 24.7%에 이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후보 측은 유권자들의 이런 갈증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장된 공격과 트집잡기식의 네거티브로는 더 이상 지지율을 견인할 수 없다. 유권자들이 진흙탕 공방 속에서도 후보자들의 역량과 정책 등을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면 결코 3월 9일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이제 한 달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의 열의에 호응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하며 더 많은 정보 제공을 위해서 대선 TV토론 횟수를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기자협회가 추진한 2차 TV토론 성사를 놓고 국민의힘 측이 중계방송사, 날짜 등 여러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윤 후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