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세계 절반의 축하를 받지 못한 채 막을 올리게 됐다. 인권 문제를 앞세운 서방권이 대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으면서다. 미국의 입김을 덜 받는 18개국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빈자리를 메우지만, 시진핑 주석이 준비한 첫 올림픽은 의전상 '반쪽 올림픽'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개막식에 참석할 각국 지도자 면면은 친중 일색이다. 단연 거물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기고문을 보내 "러시아와 중국은 수세기 동안 우정과 신뢰의 전통으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라며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미국과 각각 대립중인 두 강대국 지도자가 올림픽에서 또 한번 밀월을 어필하는 셈이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을 비롯해 카자흐스탄(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키르기스스탄(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 타지키스탄(에모말리 하르몬 대통령) 등 구소련 연방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다.
중동 내 대표적 친미 국가이면서도 최근 중국과 부쩍 가까워진 사우디아라비아(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아랍에미리트(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는 물론 전통적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싱가포르(할리마 야콥 대통령), 몽골(오윤엘덴 총리), 파키스탄(임란 칸 총리) 등의 정상급 인사도 개막식을 관람한다.
반면 주요 서방권 국가들은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문제와 홍콩 등 중국 인권 상황에 대한 경고의 표시로 일찌감치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이 이 대열에 앞장섰고, 벨기에·덴마크·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들이 합류하며 총 12개국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번 경우 선수단이 불참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전이 한창이던 1984년 구소련 주도로 17개국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참가를 거부했던 당시와 '반대 방향'의 보이콧이 재현된 것이다.
서방권의 보이콧 행렬에 참석 인사의 '급'을 저울질해온 우리 정부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파견했다. 황 장관은 한국대표단 대표로, 박 의장은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각각 개막식에 참석한다. 보이콧을 주도해온 미국의 시선을 고려해 정상급의 방중은 자제하는 대신, 국가의전 서열 2위(국회의장)를 보내 시 주석 측에 섭섭지 않은 성의 표시는 한 셈이다.
양안갈등 당사국인 대만은 당초 정부 대표단은 물론 선수단도 보내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개막을 사흘 앞둔 1일 선수단은 파견키로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