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지난달 수출입 무역수지 적자가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까지 올라가면서 위험 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지속된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또한 14년 만에 나온 불명예스러운 수치다. 이에 따라 역대 1월 수출 가운데 최고치에 달한 지난달 실적도 무역수지 적자로 빛이 바랜 모습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 적자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났지만, 그 사이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됐다. 전날 발표된 ‘2022년 1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1월 수출은 553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 증가, 역대 1월 중 최고치이자 최초의 500억 달러를 돌파했음에도 수입액이 602억1,000만 달러에 달하면서 48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한 달 전(2021년 12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인 4억5,000만 달러의 10배를 웃돈 수준이다. 종전 무역수지 적자 최대치는 지난 2008년 1월에 집계된 40억4,000만 달러였다
지난달 수출에선 모든 품목과 지역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수확했다. 반도체에서부터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등에서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아세안은 물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는 등 9대 수출지역 모두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뚜렷한 적자 추세로 돌아선 무역수지는 기대 이하다.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 규모가 지난해 1월(68억9,000만 달러) 대비 무려 90억6,000만 달러 늘어난 159억5,000만 달러로 급증한 탓이다. 정부에선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의 적자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 등 을 비롯해 무역환경에서 포착된 부정적인 변화는 확실하다.
실제 3대 주요 에너지원의 최근 가격은 고공행진만 이어갔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배럴당 55달러 선이던 두바이유 월별 평균 가격은 1년 만에 83달러대로 뛰었고, 열량단위당 8달러 선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는 같은 기간 4배 이상 급등한 36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1월 톤당 86달러에서 형성됐던 석탄도 지난달엔 218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전망은 엇갈린다. 적자의 경우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된 가운데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과 함께 최근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온 데다 여전히 불안한 공급망으로 수입 단가 상승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혼재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무역 적자가 이른 시일 내 흑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합심해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