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 주요 은행과 국영기업, 수입품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금융 및 수출 통제 등 전례 없는 가혹한 경제 제재를 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보도했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러시아 국영은행 중 하나인 VTB은행 제재를 비롯해 러시아 신규 발행 국채 거래 금지, 첨단 초소형 전자공학 기술 수출 통제 등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들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제재나 세계 은행간 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 차단 등은 현재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제재 강도가) 높은 곳에서 시작해 높은 곳에 머물 것이다”며 “러시아에 대한 고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조치가 동일하진 않겠지만 “러시아에게 가혹하고 즉각적인 타격을 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러시아 경제가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시스템에서 순자산의 30%를 차지하는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의 경우 미국이 강력한 옵션을 유지하기 위해 1차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러시아 거대 보험회사인 소가즈나 주요 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 같은 기업들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을 결정적인 위협이 될 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과거 이란과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당 국가들에 부정적 영향을 주긴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재 조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WSJ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일부 국영은행과 기업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큰 피해를 입히진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과거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높고, 외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