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민사소송 1심 단독재판부와 합의부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소송가액(소가) 기준이 기존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된다. 즉 소가가 5억 원 이하인 민사 사건들은 모두 단독재판부가 맡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 적체가 심각했던 민사 재판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2월 1심 민사 단독재판부 관할을 확대하는 내용의 민사·가사소송 사물관할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3월 1일부터 각 법원에 적용할 예정이다.
법관들은 민사 단독재판부 관할 확대를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사법정책분과위원회가 지난해 법관을 대상으로 단독재판부 관할 확대 필요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한 법관 937명 중 77.7%인 728명이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원 안팎에서 단독재판부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는 민사 사건 적체가 점차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민사 1심 합의부(판사 3명)가 처리 중인 소송 가운데 '장기 미제' 기준인 2년 6개월을 넘어선 사건 비율은 2010년 0.91%에서 지난해 상반기 5.68%로 6배 넘게 늘었다.
첫 기일 지정까지 소요기간을 살펴보면, 형사 1심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2.0일이 걸리는 반면, 민사 1심은 141.9일이 소요됐다. 이처럼 법원에 사건이 쌓이다 보면,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비용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는 3월부터 바뀐 기준이 적용되면 사건 적체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부터 단독 사건으로 추가될 소가 2억~5억 원 사건은 전체 합의 사건의 46.6%(2020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를 단독부로 넘길 경우 단독 사건은 7.8% 정도 증가하는 반면, 합의 사건은 38.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재판부 65.4개의 증설 효과가 있다는 게 법원행정처 설명이다. 지방법원별 재판부 증설 효과를 보면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18.6개 △서울동부·남부지법 각 2.5개 △서울서부지법 1.9개 △서울북부지법 1.6개였다. 이 밖에도 △수원지법 3.7개 △성남지원 1.9개 △인천지법 2.5개 △의정부지법 2.1개 △대구지법 2.5개 △부산지법 2.3개 △대전지법 1.9개 등이다.
다만 단독재판부 확대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판사 1명이 운영하는 단독재판부보다 판사 여러 명의 합의로 결과를 도출하는 합의부를 국민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법정책분과위원회의는 변호사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단독재판부 관할 확대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272명 응답·복수응답 가능)로 △합의부 구성원 간의 상호 보완작용이 불가능하므로 쟁점을 간과하거나 독단에 빠져 재판의 객관성이나 적정성 하락(191명) △사건 당사자들이 단독재판부보다 합의부 재판을 선호(98명) 등이 거론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3월부터 바뀌는 기준으로 갑작스럽게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단독 사건으로 편입되는 고액 단독 사건의 경우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