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선후보 양자 TV토론에 제동을 걸었는데도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양자 토론을 재차 제안했다. 방송사 주최가 아닌 양자 토론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법원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설 연휴 전 4자 토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반발했던 민주당은 양자 토론을 수용하면서도 4자 토론도 거듭 요구해 공을 다시 국민의힘에 넘겼다.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27일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31일 국회 또는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법원이 지상파 3사를 상대로 한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양자 TV토론이 불발된 후 방송 3사는 여야 4당에 31일 또는 2월 3일에 4자 토론을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법원 결정에 따라 민주당 등 3당은 31일 4자 토론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양당 주최 형식의 토론을 주장한 것이다. 성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비겁하게 4자 토론의 커튼 뒤에 숨지 않길 바란다”고 큰소리까지 쳤다.
하지만 비겁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법원이 양자 TV토론을 금지한 것은 방송의 영향력, 유권자들의 선택권, 유력 후보자들의 공정한 기회 보장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설 전에 4자 토론을 여는 것이 상식적이고 순리에 맞다.
조속한 4자 토론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이날 오후 양자 토론도 하겠다고 수용했으나, 법원 결정 부합 여부 등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으로선 어떤 방식이든 설전에 토론을 가지려는 의도로 보이나 법원 결정 취지를 훼손한 양당간 담합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어찌됐든 윤 후보 측이 최근 지지율 반등으로 몸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나 설 밥상머리에서 4자 토론 보기를 기대했던 유권자들로선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