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개별포장이 친환경 선물? 여전한 명절 과대포장

입력
2022.01.31 09:00
친환경 포장 선언에도 불구
현장에선 겹겹이·낱개 포장
일부 개선에도 미흡함 많아

“명절 선물세트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식물성 종이로 바꾸겠습니다”(롯데백화점), “축ㆍ수산 선물세트에 친환경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보랭백을 쓰겠습니다”(신세계백화점)

지난해 명절부터 대형 유통업체들과 식품회사들의 ‘제로웨이스트’ 선언이 이어졌다. 과대포장으로 악명 높은 명절 선물세트를 바꿔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슈머’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11일 기자가 서울 중구의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아 확인한 결과, 플라스틱 위주의 겹겹 포장이 여전했다.

한과 세트 하나에 플라스틱 트레이 19개가 쓰였다

롯데마트에서 확인한 동원 F&B의 ‘쇠고기 육포’ 세트는 육포 6개를 포장하기 위해 총 11개의 포장재가 쓰였다. 육포를 개별 포장하기 위해 폴리에틸렌(PE) 비닐 6개가 쓰였고, 육포 고정을 위한 종이 트레이가 더해졌다. 그 위에 상품명이 표기된 종이 띠와 금빛 종이테두리를 둘렀다. 상자를 덮고 종이 쇼핑백으로 한 번 더 포장해야 선물 세트가 온전히 완성된다. 매장은 여기에 플라스틱 커버를 한 겹 더 씌워 전시하고 있었다.

이 같은 포장에 대해 동원 관계자는 “종이 받침대는 육포가 유통과정에서 파손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빛 종이 테두리와 종이 띠는 선물세트로서 고급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교동한과에서 출시한 덩더쿵 세트는 한과를 종류별로 낱개 포장했는데, 총 19개의 플라스틱 트레이가 쓰였다. 각 트레이에 담긴 한과는 겨우 4, 5개뿐. 게다가 고시볼 포장에는 유산지가 하나 더 덧대어졌다.

한과 중에는 잘 부서지는 것도 있긴 하지만, 겉포장이 있는데도 트레이까지 덧붙여야만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한우 선물세트 역시 한우를 15개의 플라스틱 트레이에 넣어 팔고 있었다. 혹시 전시용이라서 특별 포장을 한 것은 아닐까. 인터넷 쇼핑몰에서 같은 상품을 찾아보니, 플라스틱 트레이는 아니지만 역시 비닐로 낱개 압축포장이 돼 있다. 더구나 겉포장인 종이나 스티로폼 박스 안에 고정용 플라스틱 트레이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신세계 측은 “규격에 맞게 자르다 보면 중량은 동일하지만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 상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부 세트에만 개별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한다”며 “추석부터는 개별 트레이를 안 쓸 수 있도록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종이포장 속 여전한 스티로폼… 무늬만 친환경

기업들은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로 바꿔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육포 세트를 만든 동원 역시 햄ㆍ참치 선물세트에는 종이 패키지를 썼다는 해명이다.

실제로 매장에서도 종이를 활용한 선물세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확인한 수협의 ‘영광 법성포 참굴비 다복’은 종이 트레이와 종이 상자로 포장을 마쳤다. 굴비를 일일이 비닐 포장하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굴비를 감싸고 있는 끈은 폴리프로필렌(PP)이다. 신세계 측은 "조만간 생분해성 비닐로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일 선물포장에서도 종이 트레이나 완충재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스티로폼과 비닐로 과일을 낱개포장하고 있었다. 비닐은 전시용에만 사용했다지만, 판매용에도 스티로폼 개별 포장이 남아 있는 것은 여전하다.

특히 일부 제품은 스티로폼에 색깔을 입혀 재활용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과일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 유색 스티로폼 완충재를 사용했으나 친환경 요소를 고려해 모두 흰색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티로폼 완충재가 아예 빠지지 않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되는 건 여전하다.

결국 유통업계가 약속한 친환경 선물세트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업계는 상품성 저하를 우려하며 플라스틱 포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그러나 종이소재도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민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플라스틱 대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더라도 중량이 크거나 충격에 민감한 내용물이 아닌 이상 충분히 유통 과정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며 “종이 포장재는 다시 박스 등 포장재로 재활용될 수 있는 만큼 자원순환을 위해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윤희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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