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정확히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OTT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대사와 장면들이 넘친다. 감독의 의도가 전혀 읽히지 않는 지점이다.
지난 26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겁도 없고, 답도 없지만 패기 하나 넘치는 눈부신 열혈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린다.
이날 공개된 1화에서는 위승현(강다니엘)과 고은강(채수빈)의 악연이 시작됐다. 고은강의 언니 고미강(손소망)이 위승현의 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다가 발각됐고 위승현은 사과를 요구했다. 우연히 지나가던 고은강은 고미강의 편을 들면서 위승현과 대립했다.
이 가운데 폭력을 휘두르려던 고미강의 현 남자친구를 위승현이 막아섰고 고은강과 고미강은 자리를 떴다. 시간이 흘러 위승현은 경찰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반면 고은강은 추가 합격자로 뒤늦게나마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두 사람은 재회했다.
하지만 경찰대 내 악질적인 관행이 신입생들을 괴롭게 했다. 강도 높은 훈련이 지속됐고 선을 넘은 체벌이 이어졌다. 위승현은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훈련은 무리가 따른다"라고 항의했지만 묵살됐다.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은강이 해맑게 등장하면서 1회가 마무리됐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작품의 내용은 시대와 다소 떨어져 있는 듯하다. 극중 고미강이 위승현과 대립하는 과정이 예시 중 하나다. 위승현은 정황상 '환승 연애'를 한 고미강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고미강이 자리를 뜨려 하자 위승현은 이를 막았고 고미강은 "안전 이별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경찰을 부르려 한다. 이에 위승현은 "공권력을 남용하지 마라"고 응수한다.
여성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위협을 소재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상황이다. 이는 연출진의 안일함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데이트 폭력에 피해를 입고 있다. 고루한 표현에 작품 완성도까지 와해되는 대목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들은 이 밖에도 더 있다. 경찰대 남학생들이 샤워를 하면서 서로의 서열을 논한다. 이때 김탁(이신영)의 시선은 정확히 아래를 바라보면서 "내가 너보다 큰데"라고 말한다.
해당 장면들은 스토리상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소가 아니다. 그저 유머로만 소비하기 위해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의 오만이자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착각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시대는 이미 한참 멀어졌다. 오히려 흐름을 읽지 못한 유치한 대사와 표현들은 반감만을 자아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