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3년 차에 접어들며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풍경이 바뀌었다. 어차피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으니 노동력을 투입해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고 헤어질 때 나누는 방식은 밀려나고 있다. 대신 가정간편식(HMR)으로 명절 음식을 대체하는 이들은 부쩍 늘었다.
이마트는 자사 PB브랜드 피코크 제수음식의 명절 전 15일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전인 2019년 설에 비해 지난해 설과 추석 매출이 각각 34.1%, 11.1%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피코크 제수음식 매출이 2019년 대비 지난해 설(106%)과 추석(86%)에 급격히 증가했다. 신세계푸드의 HMR 브랜드 올반의 제수음식 역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1% 늘었다. 특히 설과 추석을 앞둔 3주간 판매량은 각각 39%, 47%나 뛰었다.
이 같은 HMR 제수음식의 인기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설 연휴에는 전국 5인, 추석에는 8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로 일가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웠다. 올 설에도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6인까지다. 상황이 이러니 간편한 명절 상차림이 대세가 돼 기존 1, 2인 가구 중심의 간편 제수음식 수요가 3, 4인 가구까지 확대됐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비대면 명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자 HMR 제수음식을 한 번 경험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조리의 간편함과 상품성에 만족해 재구매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식재료 가격 상승도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명절 음식' 수요를 끌어올렸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 25개 자치구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의 설 제수용품 25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구의 차례상 비용은 평균 28만3,923원으로 지난해 조사와 비교했을 때 3.7%(1만244원) 상승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재료 가격 부담과 명절 가사노동의 효율 및 편의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증가에 따라 명절 상차림용 소포장 간편식 구입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 명절 기간 동안 홀로 보내는 1인 가구의 식사를 책임진 편의점 도시락 판매도 꾸준히 증가했다. CU는 최근 3년간 설 연휴 사흘간의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시락의 전주 대비 매출신장률이 2019년에는 22.3%, 2020년 26.7%, 2021년 30.8%로, 코로나19 이후 명절기간 도시락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입지별로는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촌, 오피스텔 등에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뚜렷해 이러한 독신자 주택가는 일반 입지보다 명절기간 점포당 일 평균 도시락 판매량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