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급 잔치’가 불편한 이유

입력
2022.01.17 18:00
26면
은행들 기본급 300% 이상 역대급 성과급
집값 폭등, 코로나19 불황에 대출 급증 탓
국민 고통 속 수익, 고객에 더 배려해야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낸 직장인이 보너스를 받는 건 부럽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나도는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소식을 새삼 접하는 마음은 축하나 부러움보다는 불편함에 가깝다.

우리은행은 최근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 200%의 경영성과급에 ‘기본급 100%+100만 원’의 사기진작금까지 합쳐 300%가 넘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본급 130%였던 전년도 성과급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통상임금 200%+150만 원’을 지급한 KB국민은행도 이번엔 통상임금 300%를 지급한다. 지난해 말 ‘기본급 250%’를 이미 지급한 신한은행은 오는 3~4월 우리사주 주식으로 추가 50%를 더 지급한다. 하나은행도 기본급 300%가 성과급으로 책정됐다.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는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의 이자이익을 낸 지난해 실적 덕분이다. 지난해 주요 은행그룹의 이자이익은 3분기까지 KB 8조2,554억 원, 신한 6조6,621억 원, 하나 4조9,941억 원, 우리 5조890억 원, NH농협 6조3,13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6%, 10.2%, 15.3%, 14.9%, 5.9%씩 증가한 수치다. 4분기 역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추가 개선돼 5대 시중은행 실적은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 수준을 갈아치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호황, 특히 이자이익은 주로 가계대출 급증 덕이다.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동안 약 220조 원 증가했다. 그 결과 2019년 1월 약 1,540조 원이었던 금융권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해 3분기 현재 약 1,845조 원에 이르렀다. 해당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 220조 원 중 약 78%인 172조 원이 은행권 대출액 증가분이다. 그러니 이자이익은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급증한 경과, 곧 가계가 은행 등으로부터 막대한 빚을 더 끌어다 쓴 저간의 사정이다. 지난 2년간 가계대출 증가는 국민적 고통과 위기의 결과이기도 했다. 집값이 폭등하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두려고 나선 ‘영끌’, 불황에 주식으로라도 한 탕 해보려던 ‘영끌’이 숱했다. 더 딱한 건 코로나19로 장사를 망치는 바람에 가게 임대료 내고, 애초에 빌려 썼던 원금·이자 갚느라 또 빚을 내야 했던 수십, 수백만 자영업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일으킨 ‘영끌’도 막대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대출을 억제하자 은행들의 이자장사는 한술 더 떴다. 대출 억제한다며 가산금리 등을 올려 대출이자를 더 비싸게 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도 은행들로서는 이자장사 하기가 더 좋아진 셈이 됐다. 결국 서민들의 고통과 눈물이 은행의 역대급 호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반복되는 시비에 은행들로선 “왜 나만 갖고 그래” 식의 불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이 경영해도 금융시스템은 공공재다. 금융감독원이 존재하고, 외환위기 때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따라서 은행은 사회 위기를 틈타 폭리를 취해서도 안 되고, 정부 역시 그걸 방치해선 안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허울뿐인 시장 논리를 내세워 위기를 틈탄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장사를 2년이나 방관했고, 은행들은 고리영업을 감행했다. 그러니 은행들은 역대급 수익을 자랑하며 잔치 벌이고 샴페인 터뜨릴 때가 아니다. 공공재로서 금융 본연의 소명을 되새긴다면, 정부든 은행이든 금리 상승에 직면한 고객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수익의 공적 환원에 더 성의를 보이는 게 정의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