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중대, 선거제도 탓, 욕심쟁이, 킹노잼, 무능...'
17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복귀 기자회견장에는 심 후보와 정의당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잔뜩 적힌 걸개그림이 걸렸다. 칩거 닷새 만에 공식일정을 다시 시작한 심 후보는 그 앞에 서서 '철저한 변신'을 다짐했다. 쇼트컷으로 머리 스타일을 바꾼 심 후보는 "있는 것보다 잘라 낸 게 많다"며 "그런 마음으로 최대한 다 내려놓고 비우겠다"고 했다.
심 후보의 반성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됐다. 정의당을 이끌던 심 후보는 소수당 국회 의석이 늘어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명분으로 정의당의 가치에 눈 감은 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엄호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됐지만, 위성정당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의 배신으로 정의당은 쓴 눈물을 흘렸다. 심 후보는 약 3년 만에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실망하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저와 정의당은 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다"며 조국 사태 때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를 약속했다. "①상황이 어렵다고 남 탓하지 않겠다 ②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③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키고 어렵더라도 피해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심 후보는 대선 핵심 과제로 노동·여성·기후위기를 꼽으며, 거대 양당의 뒤를 쫓기보다 진보정당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노동이 사라지고 여성이 공격받고 기후위기가 외면되고 있는 대선"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심상정의 마이크로 더 크게 그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또 "진보의 성역이 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하겠다"며 노동·연금 개혁처럼 거대 양당이 건들지 않는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기자회견 직후 심 후보는 노동자·여성이 처한 위험을 상징하는 곳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정비 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진 서울 구의역 승강장을 찾아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개정해서 기업 책임 정확히 묻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심 후보는 20대 여성이 인근 상가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수차례 칼에 찔려 숨진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누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부)는 안희정이 불쌍하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말과 인식이 우리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더 절실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