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탄성이다. 12일 온라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개막전을 관람하기 전, 청년보좌역으로부터 '속성 과외'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게임의 룰을 익힌 윤 후보는 "해치워 보자"며 키보드를 잡았다. 난생 처음 롤을 접한 윤 후보는 캐릭터 중에 '가렌'을 골라 약 20분 동안 컴퓨터를 상대로 연습 게임을 했다. LCK 개막전이 끝나고 "우리의 행적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가렌'의 대사를 올렸다.
윤 후보가 이준석 당대표와 다시 손을 잡은 지 일주일. 선거대책본부의 청년보좌역들이 '뉴핵관'(윤 후보의 새로운 핵심 관계자)으로 떠올랐다.
선대본에서 활동하는 청년보좌역은 39명이다. 남성(29명)이 여성(10명)보다 많다. 평균 나이는 29세로, 최연소는 21세, 최연장자는 36세다. 지난해 12월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됐고, 전직 프로게이머, 프로복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예사, 입법보조원,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 등으로 구성됐다.
그간 선거판에서 청년들은 '병풍'으로 활용됐지만, 윤 후보의 청년보좌역들은 다르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선대본부 회의에 2명씩 돌아가며 참석하고, 매일 오후 윤 후보의 메시지, 정책, 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 청년본부에 전달한다. 이들의 의견이 담긴 보고서는 매일 아침 윤 후보가 직접 확인한다.
청년보좌역들은 적극적이다. 윤 후보 페이스북팀이 7글자 짜리 "여성가족부 폐지" 글을 올린 데 대해 이들은 "계속 너무 간결하게 나가는 건 좋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페이스북팀은 다음날 방역패스를 비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3줄 분량으로 늘렸다.
LCK 개막전 일정을 앞둔 선대본부 회의에선 윤 후보가 "경기 본답시고 앉아 있다가 졸지 않기" "선수들과 어깨동무 등 하면서 억지로 친한 척 하지 않기" 등 '금지 리스트'를 직접 읊었다고 한다. 한 청년보좌역이 청년들의 비호감을 살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윤 후보에게 문자로 직접 보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청년보좌역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서 세대 갈라치기로 흐르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청년보좌역들의 일일보고에는 "2030세대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는 제언이 담겼다고 한다. "30대는 젠더 이슈 대신 경제와 일자리, 노동 이슈로 공략해야 한다"거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는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청년보좌역은 "청년보좌역들끼리 특정 세대나 성별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