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자 결제 및 금융 서비스 기업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대표와 임원들이 상장 한 달여 만에 900억 원대의 주식을 매각한 데 대한 먹튀 논란과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류 대표가 뒤늦게 사과하고 내정됐던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 자리도 내놨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적 분노는 류 대표 등이 자초한 일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상장된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코스피200 지수 편입 호재로 고공 행진할 때 스톡옵션으로 5,000원에 받았던 주식을 작전하듯 동시에 내다 팔았다. 회사를 키운 데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이 한꺼번에 주식을 매도한 것은 몰염치한 짓이다. 이 때문에 23만 원도 넘었던 주가는 14만 원대로 추락했다. 날벼락을 맞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소한의 책임감과 윤리 의식마저 망각한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행태는 소액 주주를 넘어 전 국민에 대한 배신에 가깝다.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급성장해 왔다. 더구나 기업 공개는 국민주 청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기관과 자산가에게 유리한 비례 배정 대신 누구나 증거금만 넣으면 공모주를 받을 수 있는 100% 균등 배정 방식은 무려 182만 명의 청약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런 흥행도 결국 임원진의 배만 불린 사기극의 정지작업이었던 꼴이 됐다.
금융 혁신을 통한 초대형 글로벌 투자 은행이 되겠다며 3수 끝에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모럴 해저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부른다. 재벌 뺨 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 상권 침해 비판을 받아 온 카카오 그룹이 또다시 핵심 자회사의 한탕주의 논란에 휩싸인 것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공룡이 된 정보기술 기업들에 대해서는 상장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의무보호 예수기간 강화 등을 통해 먹튀 방지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시장 불투명성으로 개인 투자자만 계속 호구가 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