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첫 봉쇄령이 내려졌던 2020년 5월 관저에서 측근들과 음주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미 수 차례 방역 위반으로 ‘내로남불’이라는 뭇매를 맞으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또 다른 사례가 더해진 셈이다. 보궐선거 참패와 핵심 각료 이탈 등으로 휘청대는 존슨 총리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의 일요일판 선데이타임스는 존슨 총리가 2020년 5월 20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정원에서 아내 및 직원 40여명과 함께 음주 파티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 당시 파티는 존슨 총리의 수석 비서관인 마틴 레이놀즈가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관료들에게 ‘BYOB(술은 각자 지참할 것)’이라고 적힌 파티 초대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음료수, 과자, 소시지 롤 등으로 가득한 긴 테이블이 있었다”며 “제대로 된 술자리였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 전역에서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다. 존슨 총리가 첫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3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됐고, 실외에서도 2m 거리두기가 요구됐다. 영국인들은 6월 1일이 돼서야 야외에서 최대 6명까지 만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 수반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존슨 총리의 방역 이중잣대 논란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달에는 존슨 총리가 이번 의혹이 불거지기 닷새 전인 2020년 5월 15일 관저 테라스에서 측근 10여명과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강력한 방역 조처가 시행되던 같은 해 연말, 직원들과 관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도 드러나 지탄받았다. 총리실은 이번 추가 의혹을 즉각 부인하지 않았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총리실의 만연한 방역 규정 위반에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문화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시작부터 다우닝가 생활에 녹아 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의 많은 지역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허용되지 않는 전면 봉쇄와 텅 빈 진열대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총리실은 처음부터 파티를 열고 있었다”라며 “존슨 총리와 그 팀은 이 나라를 바보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