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통폐합'이 불러온 인구참사...학교 재건하자 생기도는 지역

입력
2022.01.11 04:30
14면
'학교와 교육' 인구 변화에 중요 원인으로 작용
과거 학교 통폐합이 인구 지방 인구 감소 불러
교육 여건 재건되자 생기도는 한·일 지역 늘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31> 인구혁신의 공통조건...‘학교 재건발 지역재생’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향후 50년 인구추계로 인구 관련 정책 방향을 정하게 될 모태통계 역할을 하게 된다.

결론은 충격적이다. 모든 게 기존 추계를 황망하게 깼다. 위기지점에 생각보다 빨리 도달했다는 게 확인됐다. 예를 들어 총인구 감소시점은 8년이나 당겨졌다(2028년→2020년). 2019년 특별추계에서 출생·사망의 데드크로스가 10년 빨리 먼저 온 것(2029년→2019년)과 맥이 닿는다. 당시만 해도 총인구는 국제유입으로 시차를 갖고 줄 걸로 봤는데, 코로나19가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회 반응은 익숙하고 차분하다. 언론만 주목할 뿐 사회 대부분의 위기체감은 낮다. 착각이고 오판이다. 미증유의 신기록 갱신형 인구변화는 개인·조직의 내일을 쥐락펴락할 대형 상수이기 때문이다.

인구변화와 미래살림은 동반한다. 그나마 대응시간이 있을 걸로 봤는데, 알고 보니 코앞이다. 경고음과 함께 쓰나미가 닥쳤다. ‘차근차근’은 물건너갔다. 선택과 집중도 여유로울 때 얘기다. 사회 전반의 발본개혁이 살길이다. 공론화·대타협으로 총론·각론의 동시다발 대응체계가 절실하다.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중요한 건 문제 출발의 진원 확인이다. 무엇이 인구급변을 낳았는지 원점을 찾아가는 차원이다. 이때 맞춤해법도 나올 수 있다.


학교붕괴가 낳은 인구유출의 소멸경고

인구변화에 한정하면 한국의 한걸음은 곧 세계의 기준점이다. 더는 배울 곳도 청할 곳도 없다. 낯설고 힘들되 굳건히 맞설 한국의 시대소명이 돼버렸다. 따라서 외부과외형 훈수보다 자기주도형 학습이 먼저다.

인구변화의 원인은 많다. 고용·소득의 일반론부터 문화·인식의 특수론까지 있다. 특히 예측치를 단기간·급속도로 벗어났다면 특이지점을 찾는 게 자연스럽다. 왜 심각한지 한국만의 차별적 문제인자를 찾자는 의미다.

역시 교육을 뺄 수 없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이 인구병을 만들거나 부추겼을 개연성이 높아서다. 힌트는 ‘출산감소←결혼포기←취업난맥←대학간판←자녀교육←입신양명’의 역순환고리에 있다. 고학력·취업난·저출산의 뿌리에 자녀교육의 맹신적 주술신화가 위치한다.

맹모삼천지교의 교육열이 인구변화로 직결된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 ‘농촌→도시’로의 사회이동은 교육부재도 한몫해 설득적이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기에 도농 간 교육격차는 끝없는 사회이동발 인구감소를 낳는다. 교육환경의 공고한 도시 독점이 지역소멸·인구감소의 유력 배경이란 얘기다.

교육은 중대한 사회인프라다. 후속인재의 교육을 넘어 지역공동체를 떠받치는 핵심 뼈대다. 의무교육인 초중고일수록 지역흥망을 가름하는 운명공동체다. 때문에 학교붕괴는 지역소멸과 밀접한 인과성을 갖는다. 잘살던 정주민을 내쫓기도, 외지인을 불러모을 때도 학교역할은 결정적이다. 지역활력의 근원변수인 교육토대의 약화·상실은 그 자체로 지역소멸을 뜻한다. 학교가 사라지면 주민이 떠나가는 식이다.

농산어촌의 한계마을은 십중팔구 양질의 교육이슈를 찾아 떠나간 현역세대의 사회전출과 맞물린다. 정책오판 탓이 크다.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이 무너진다는 단순원리를 효율성을 내세운 경영논리가 이긴 결과다. 1982년 시작된 학교통폐합(소규모학교 통폐합)부터다. 농산어촌에서 학생수 100명 이하 학교를 통폐합한 이래 정점이던 1999년 폐교분교만 798곳에 달했다. 이후 기준을 60명 이하로 줄였지만, 유출은 반복됐다. 시설투자·교원배치 등으로 집약적인 교육성과를 꿈꿨지만, 결과는 삭막하고 허망했다.

‘학교부족→교육불편→지역유출→현역부족→인구감소→지역소멸’의 악순환이다. 아쉽게도 통폐합으로 교육품질과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학교를 없애니 인구가 떠나는 불균형·비정상을 불러왔다.

교육복원으로 지역활력 찾아낸 선행실험

인구와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다. 입신양명의 생애모형을 추종하는 한국은 특히 ‘양질교육=계층이동’의 신화가 건재하다. ±70%대의 대학진학률만 봐도 확인된다. 개별가구의 의사결정도 자녀교육과 밀접해진다. 학군·학원가 등이 지역설명의 수식어인 이유다. 부동산의 입지선호와도 직결한다. 이렇듯 교육은 공간을 지배한다.

도시집중·지역과소의 인구문제는 곧 공간갈등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교육개혁은 인구대응의 유력한 선행조건이다. 교육복원이 지역활성화의 유력 힌트란 의미다. 선행실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폐교위기의 학교복원 후 인구유입·활력증진의 지역현장이 속속 등장한다.

함양의 서하초교는 2019년 14명이던 전교생이 2021년 36명으로 불어났다. 학교로 마을을 되살리자는 지역의 절실함이 민관협치형 프로그램에 적용되며 이주증가의 재생성과로 이어졌다.

봉화는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특성화고교(한국펫고)로 활력을 되찾았다. 폐교위기를 특화테마의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재학생 130명 중 118명이 타지 출신답게 최근 2년 입학경쟁률은 3 대 1을 찍었다. 구례·해남·옥천·거창 등도 ‘학교복원→지역활력’의 선구모델이다.

교육이 지역을 되살린 해외사례도 있다.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동네로 유명한 후쿠이현이 상징적이다. ‘후쿠이모델’로 불리는 압도적인 행복도 1위 지자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지역착근적인 자치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사바에(鯖江)시다. 시민주역·지역문화·혁신제품·여성고용과 함께 자치교육이 5대 행복기반을 완성한다. 지역맞춤형 자치교육으로 학교현장과 지역재생을 산학연계로 풀어냈다. 일관된 인재육성과 충실한 고용환경으로 청년직주·세대교류를 하나둘 완비했다. ‘교육→고용→정주’의 실현이다. 덕분에 사바에는 ‘자연감소+사회증가=플러스’의 인구증가를 일궜다. 전입인구는 대개 25~39세다.

이렇다 할 지역대학이 없어 교육·취업으로 떠났던 청년그룹의 고향 회귀가 많다. 지역성·향토애를 강조하는 특화교육이 귀향 촉진을 거든다. 본능처럼 찾아오게끔 지역사랑을 학습·경험한 덕이다. 일례로 여고생의 지역자원 발굴사업(사바에시JK과)은 동네만 알던 특산물을 양념장으로 만들어 로손과 함께 전국 판매의 샌드위치·주먹밥으로 상품화됐다. 외지청년의 전입유도를 위한 학생중심의 혁신사업(지역활성화플랜콘테스트)도 한몫했다. 학교·학생주도의 자치교육이라고 교육품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국제적으로 명성난 학습도달도조사(PISA)에서 일본 국내 1~2위권이다. 차별화된 자치교육이 지역활력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인구혁신을 위한 교육재검토의 선행조건

효율성만 내세운 만능주의는 지나갔다. 새로운 시대는 달라진 접근을 원한다. 19세기 교재로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을 가르쳐서는 곤란하다. 경직·관성적인 인구대책이 먹혀들지 않는 것과 닮았다.

뉴노멀은 대세다. 변화에 저항할수록 갈등만 커진다. 다양성의 시대를 뒷받침할 혁신 접근이 바람직하다. 중앙집권·권위주의·관료주의적 교육체계는 정합성이 사라졌다. 입시위주의 중앙교육은 학교공간을 통제하기는 좋아도 누구도 만족시키지 않는 유물적 구태에 가깝다. 차라리 도농불균형의 지역소멸을 앞당기는 원죄혐의만 짙어진다. 벚꽃엔딩으로 불리는 지방대학 몰락 불행은 정밀한 교육재검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권한·통제를 지키는 중앙 주도는 설 땅을 잃는다. 1969~2020년(5월)까지 3,8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지방교육재정알리미). 인구회복·지역활력의 가능성을 맛본 선행사례의 공통분모는 지역특화에 기초한 자치·내발·참여적 맞춤교육으로 요약된다.

학교공간을 단순한 경제논리에서 사회·문화적 앵커리지로 흡수하며 커뮤니티의 중심무대로 활용한다. 공적영역을 장악한 시장논리의 독주는 당연히 배제한다. 반대로 지역교육의 능력함양과 차별지점에 방점을 찍는다. 지역과 연결된 탄력·자율적인 맞춤교육일 때 인구감소·소멸위기에 맞설 수 있다.

도농격차는 교육격차와 겹친다. 결과적인 인구불균형의 연결경로다. 따라서 인구대응의 첫발은 교육혁신과 맞물릴 때 설득적이다. 독특한 교육열을 감안하면 우선순위는 더 앞설 수밖에 없다.

지역소멸의 잔인한 현실을 봐도 시급한 개혁과제다. ‘지역→도시’의 인구유출을 부추기는 교육체계는 시정 대상이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웃는다. 지역성이 가득한 교육자치 실현은 시대요구다.

실질적인 지방형 자치분권을 통해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기획·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속에서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확보하는 교육자치의 원뜻을 수행해야 지역문제도 완화된다.

교육청·단위학교의 자율·다양성을 늘리고,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역할하도록 유도·지원하자는 얘기다. 지역·계층·개인별 차이가 큰데도 하나의 교육시스템만 요구하면 곤란하다. 주민의사·지역욕구를 반영한 혁신실험은 비대한 행정체계와 강고한 통제권한에서 비켜설 때 실현된다.

‘학교부흥=지역재생’은 설명력이 높다. 학교는 지역을 위한 강력한 잠재력을 지녔다. 드넓은 공간자원과 미래의 인적자원까지 가졌다. 지금처럼 교육·학교를 제외한 지역활성화는 낭비이자 편견이다. 호흡과 걸음을 맞춰 작지만 꾸준히 혁신해야 지역행복과 주민만족이 높아진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