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1,880억 원 횡령 사건'의 후폭풍이 금융권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당장 오스템임플란트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채권이 부실화될 위험이 발생했고, 회계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들도 '부실 감사'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어, 2만 명에 달하는 주주들 역시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가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금액은 3,025억 원에 달한다. 가장 큰 금액을 빌려준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총 1,073억 원을 대출해 줬다. 그다음으로 △산업은행(804억 원) △수출입은행(250억 원) △신한은행(212억 원) 순이다. 게다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1,100억 원 규모의 돈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증권사들 또한 난처한 입장이다.
이에 은행권은 신용등급 재평가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신용등급을 재평가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평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은행들은 대출금 일부를 회수하거나,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회사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계법인들도 유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3월 감사보고서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적정 의견’을 받았고,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뀐 후인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도 횡령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꼭 하도록 할 것"이라며 "손 놓고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거래소는 24일까지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만약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에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 폐지 또는 개선 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상장 폐지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2년에 달하는 개선 기간에 거래가 정지된다.
게다가 횡령 규모로 역대 상장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사건이 발생한 만큼, 오는 3월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의견 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한 회계사는 “횡령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도 미지수고, 자기자본의 90%에 달하는 횡령사건이 발생한 만큼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횡령 금액이 2020년 기준 자기자본의 92%에 달하지만, 2021년 말 기준으론 약 59% 수준"이라며 "회사 재무상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