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경쟁사 카드를 등록하는 '앱 개방'을 두고 동상이몽에 빠졌다. 선두권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장 강자인 빅테크에 맞서 만든 앱 개방에 적극적이다. 반면 일부 카드사는 빅테크 전에 경쟁 카드사에 고객, 결제 대금 등을 빼앗길 수 있다며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모바일 앱 개방 시스템인 '앱 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은 지난해 11월 말 개발을 완료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5월 모든 카드사가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앱 개방은 자사 출시 카드만 저장하고 쓸 수 있는 모바일 앱에서 다른 회사 카드도 이용할 수 있는 게 골자다. 가령 신한카드 앱에 KB국민카드를 등록하고 결제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카드가 여러 장인 고객 입장에선, 일일이 카드사 앱을 모바일에 깔지 않고도 하나의 앱만으로 결제 카드를 선택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진다.
카드업계는 앱 개방 시스템 구축까진 뜻을 모았는데, 다음 단계인 실제 도입을 두고는 온도 차가 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업계 상위권 회사는 앱 개방에 긍정적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앱에 자사 카드만 갖춘 현재 구조를 유지했다간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는 이미 카드, 계좌 연동, 충전 등 여러 결제 수단을 한데 모아 소비자가 편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카드사는 실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빅테크에 대항한 카드업계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앱 개방으로 경쟁 카드사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앱 개방이 현실화하면 규모가 큰 카드사로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에 맞선 모바일 앱 개방은 모든 카드사가 동시에 도입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익과 직결돼 있다 보니 회사별로 앱 개방에 대해 입장이 다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