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수조 원대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 참여 '초읽기'

입력
2022.01.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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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됐던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 기대

국내 원전사업의 이집트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개 호기의 터빈 건물 등 2차측(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옥외 시설물) 건설사업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위축됐던 국내 원전 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수원은 2일 “러시아 JSC ASE사가 건설하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개 호기의 터빈 건물 등 2차측 건설사업 단독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다음달까지 가격과 계약 조건 세부사항을 놓고 협상을 마무리한 뒤 각각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4월 말까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엘다바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해안도시로, 지중해와 인접한 지역이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는 5년 전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형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개 호기를 건설하는 엘다바 원전사업을 수주했다. 총 30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인 엘다바 원전 사업의 2차측 건설사업도 최소 수조 원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안팎에선 한수원이 경쟁사의 하청으로 참여한 데 따른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의 경우 한국이 전체 계약을 수주했지만, 일부 분야는 경쟁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했다”며 “이처럼 세계 신규원전 건설시장은 경쟁사라 할지라도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힘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2차측 건설사업엔 러시아 원전 건설사는 물론 유럽과 이집트 현지 업체들도 참여를 희망했지만, 최종적으로 이집트와 환경이 비슷한 사막 지대인 UAE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한수원이 단독협상 대상자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JSC ASE는 올해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 2028년부터 1호기 상업운전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 수주가 마무리되면 국내 원전 시공 및 기자재 공급사는 러시아 원전 건설사업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주 범위 내에서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담당하게 되고, 냉각기와 펌프, 밸브 등 보조기기는 가능한 국내기업에서 구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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