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암 증가율 1위’ 전립선암, 허리둘레 늘면 발병 위험

입력
2022.01.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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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의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이 2015~2019년 50세 이상 성인 남성 190여만 명을 대상으로 허리둘레와 전립선암 위험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복부 비만인 남성이 최대 60%까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둘레가 90㎝ 이상인 남성의 5.1%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했지만 복부 비만이 없는 남성의 경우 1.1%만 나타났다. 같은 체질량지수(BMI)일 때에도 허리둘레에 따라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전립선암은 40세 이상 남성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2009년 이후 매년 1.6%씩 증가하고 있다. 발생 증가율로만 따지면 남성 암 1위다. 전립선암 환자는 2010년 3만5,688명에서 2019년 9만5,996명으로 9년 새 2.7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립선암은 이미 미국 등 서구에서는 남성 암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최근 식습관 서구화ㆍ고령화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립선암도 다른 암처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는 사람이 적다. 방광염은 소변에 피가 나온다든지, 후두암은 목소리가 변하든지 하는 증상이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배뇨 곤란, 빈뇨, 혈뇨, 배변 시 불편감 등이 나타나면 전립선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다. 특히 골반뼈나 척추뼈로 전이하면 허리 통증과 골 통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50세가 넘으면 전립선암을 조기 확인하기 위해 혈액으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전립선 특이 항원(PSAㆍ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가 권장된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인데 이 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5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저렴하고 간편한 PSA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가족 내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전립선암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8.4%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 연구 결과).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과일ㆍ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특히 토마토, 녹색 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등 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DHA, EPA 성분이 전립선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 섭취도 권장한다. 다만 빨간 색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비만인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0% 높아지므로 주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