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발전소에 '녹색금융' 투자 가능해진다?" 환경단체 반발

입력
2021.12.29 13:00
환경부, 친환경 지원 기준 '녹색분류체계' 마련
탄소배출 많은 LNG발전 '녹색활동' 분류 논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 금융'으로 홍보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그린워싱'을 도와주는 모양새입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렇게 비판했다.

정부가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 방지를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최종안에 LNG발전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이날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환경단체 기후솔루션ㆍ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ㆍ환경운동연합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인 녹색분류체계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 지원의 기준

환경부가 개발 중인 녹색분류체계는 금융권ㆍ기업ㆍ지방자치단체 등이 탄소중립 산업에 투자를 희망할 때 ‘무엇이 탄소중립 산업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다. 유럽연합(EU)에서 먼저 녹색분류체계(EU-taxonomy) 제작을 시작했고, 한국도 지난해 기준 마련에 돌입했다.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이정표이며, 복잡한 환경공학적 질문들이 담겨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느라 산림을 파괴한다면,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철강ㆍ정유화학 분야에서 탄소 저감 기술을 도입한다면, 과연 '녹색' 표시를 해도 되는가. 이런 사안들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공식 답변인 셈이다.

특히 금융기관에서 녹색 투자를 희망할 때 주요 참고 자료가 된다. 산업 전반을 탈탄소 체계로 바꾸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그간 공신력 있는 기준이 없어서, 그린워싱 위험이 상존했다.

“LNG발전이 녹색? 화석연료 의존도 높일 것”

환경단체들이 지난 10월 파악한 환경부의 중간안에 따르면, LNG발전도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이 1킬로와트시(kWh)당 320g 이내면 ‘녹색’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LNG발전소는 388g 정도이며, 석탄발전소 887g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LNG발전은 가스를 발전소에서 태워 전기를 생산할 때만큼, 가스 채굴ㆍ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다량 배출되는데, 발전 단계의 탄소만을 기준 삼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에 따르면, LNG발전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채굴ㆍ정제ㆍ수송ㆍ저장 등 전체 생산 과정 배출량의 55~66%에 그친다. 특히 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주 성분인 메탄이 공기 중으로 대량 누출된다. NRDC는 채굴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 과정 배출량의 16~34%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 국립에너지기술연구소(NETL)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해 아시아로 운송된 LNG로 화력발전을 할 경우 1kWh당 약 688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국내 석탄발전소 평균 배출량인 887g의 약 77.5%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LNG발전이 녹색으로 분류되면 화석연료 의존도를 고착시켜 탄소중립 달성을 방해할 것"이라며 "결국 LNG발전소를 조기 퇴출시켜야 할 텐데 좌초자산(사업여건 변화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자산) 비용이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와 기후솔루션이 배포한 '한국 가스발전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4년까지 퇴출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발전용량 13.7기가와트(GW)를 전부 LNG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 약 72조 원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LNG발전, '황색' 체계 신설해서 담아야

환경부는 10월 개정안에서 녹색활동의 세부항목을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누고, LNG는 전환부문에 포함시켰다. '전환부분'은 과도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정의하고, LNG발전은 2030년까지만 한시적으로 녹색활동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우현 활동가는 "세부항목상 전환부문이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이 공시할 땐 '녹색분류체계를 채택했다'고만 발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선 전환부문을 녹색분류체계에서 완전 제외하고 '황색분류체계' 등 전환을 위한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나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에서도 황색·적색 분류체계를 포함한 '신호등 체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권은 재생에너지보다 사업 규모가 큰 LNG발전 위주로 녹색금융 포트폴리오를 짜게 되기 쉽다"며 "녹색분류체계에는 녹색부문만 포함해 발표하고, 전환부문은 추후 황색·적색 등 별도 분류체계를 제정해 담아야 한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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