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상 늘렸다"는 정부... 현장선 "간호인력 돌려막기 중" 아우성

입력
2021.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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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수용 거부 사유로 '장비 부족'은 인정하지만, '의료진 부족'은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각 병원에 내려보냈다는 공문 내용이다.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그간 행정명령 등을 통한 병상 확보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 덕분에 수치상으로 병상 가동률은 더 이상 치솟지 않게 됐고, 빈 병상이 나오길 대기하는 환자 수도 한 자릿수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상황이 호전된 것 같지만,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는 다르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병상 확보 대책으로 병상 숫자는 그럭저럭 늘렸지만, 의료인력은 더 늘지 않아 사실상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다. 병상 숫자 증가 뒤엔 '의료진 쥐어 짜기'가 있다는 얘기다. 일부 의료진은 파업까지 거론하고 있다.

환자 거부 사유 "장비 부족은 인정, 의료진 부족은 안 돼"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해당 공문을 보낸 것은 이달 초 무렵이다. 이 공문을 받아든 의료진은 분노했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코로나19 전담 간호사는 "지난 2년 내내 초과 근무를 한 탓에 의료진 대부분이 번아웃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력 지원은커녕, 정부가 인력 부족을 장비 부족보다 더 가벼운 일로 여긴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파업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인력 기준을 준수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의료대응의 핵심은 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의 확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병상 확보 계획만 발표할 뿐 그에 따른 간호인력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언급은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군산의료원 파업 12일째… "임금차별 해소 요구 외면"

급기야 군산의료원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전담병원 중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근로 환경 개선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80병상이던 군산의료원의 코로나 전담병상은 55병상까지 줄어들었다. 의료진 번아웃이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보다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접근해왔다"며 "올해 100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향후 수익 감소를 두려워해 다른 지방의료원과의 임금차별을 해소하라는 군산의료원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7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도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의료노련은 "코로나 중환자 간호인력은 지금 현재 기존 일반 중환자실 폐쇄, 일반병동 간호사 차출 등을 통해 땜질식 돌려막기로 충원하고 있다"며 "업무 가중에 처우 미흡, 지원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인력 퇴사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병상 수 확보만 강조하고 있을 뿐, 현장 의료 인력이 겪는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다"며 "중환자 간호 인력의 돌려막기는 국민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상 가동률 감소했다지만… 인력 확충은 "방안 마련 중"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병상 가동률 숫자만 강조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수도권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상 가동률이 70%대 이하로 낮아졌다"며 "이는 병상 운영이 점점 원활해지고 있는 긍정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병상만 늘렸을 뿐 인력 부족으로 실제 운영은 원활치 않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와는 정반대다.

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76.7%로 지난주 80.7%보다 다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71%에서 65%로, 중등증 병상은 70.3%에서 57.7%로 감소했다. 지난 21일 420명에 달하던 입원 대기자도 이날 9명으로 크게 줄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인력기준 준수를 촉구하는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노정합의를 통한 간호사 배치기준을 지금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서로 공감하고 있다"며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더 이상 번아웃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