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로 월급 지급...부산에서 확산

입력
2021.12.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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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희망자에 한해 동백전으로 월급 지급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돕기 위해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나 전통시장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는 지자체 산하 기관들이 늘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역화폐 등을 사용할 경우, 위축된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오후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노조 및 자회사인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와 함께 ‘동백전 이용 생활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으로 부산교통공사 간부급 임직원은 다음 달부터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대상은 사장부터 팀장까지 간부급 직원 523명을 비롯해 노조의 위원장과 지부장 등 간부 51명, 자회사 사장부터 과장까지 42명 등 모두 616명이다.

이들은 자율적으로 참여 신청을 해 본인 수당에서 신청한 금액만큼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월급을 받는다. 공사는 또 모든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포인트도 희망자에 한해 동백전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날 "급여에 포함하는 수당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규모가 연간 19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역화폐를 이용하면 받는 10%의 캐시백 혜택도 관련 정책 예산을 아끼는 차원에서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간 19억 원가량을 지역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모범직원 포상금을 비롯해 각종 포상금이나 격려금 등 비급여성 지출액 2억2,2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상권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산지역 대표 금융기관인 BNK부산은행도 이미 3급 이상 간부 직원 520여 명에게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는 온누리상품권 10만 원어치를 임금의 일부로 지급하고 있다. 연간 7억 원가량을 이 같은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돕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직원은 “어차피 월급을 받으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대부분 쓰기 마련인데 굳이 급여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필요까지 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위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역화폐나 상품권의 경우 사용처가 한정돼 있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지자체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경북 청송군이 공무원 월급 일부를 청송사랑화폐로 지급했지만 이후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에 따라 중단한 바 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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