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첫 상금왕 3연패와 올해의 선수 2회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세계랭킹 2위 고진영(27·솔레어)이 올해와 내년 선수생활의 키워드로 '대반전'과 '꾸준함'을 꼽았다.
고진영은 27일 열린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대반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생각한다. 내년 시즌에는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진영에게 2021년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시즌 초반 조모상을 겪으며 경기력에서도 슬럼프를 겪었다. 훗날 '골프 사춘기'였다고 돌아봤을 정도였다. 6월까지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넬리 코다(미국)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빼앗겼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7월 볼론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후반기 반전을 일궈 냈다. 고진영은 마지막 2달 사이 4승을 휩쓸며 다승왕(5승),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2019시즌부터 3년 연속 상금왕 자리도 놓치지 않았다.
고진영은 "인내의 끝은, 그 결과는 정말 달다. 고통이 힘들어도 견디면 달콤한 선물이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그는 "정말 답답했고 골프도 하기 싫고 정체성에 혼란이 올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주변의 도움과 사랑으로 6개월이 될 수 있었던 게 3개월로 줄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던 순간을 꼽았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는 모습을 또다시 연출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즌을 마치고 지난달 말 귀국한 고진영은 한국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보냈다. 최근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잠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골프를 다시 하고 싶을 때까지 알차게 놀아보자는 게 목표였는데, 여행 이후 이제 좀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시즌 워낙 부족한 게 많아서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상금왕 3연패 등을 달성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돌아봤고 어떤 부분을 채워야 할지 계획이 다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고진영은 내년 1월 12일 미국으로 떠나 4주 정도 동계 훈련을 소화할 계획이다.
외신들은 내년 LPGA에서도 고진영과 넬리 코다의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진영은 "넬리와는 할 때마다 배우는 것 같다. 제가 나은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넬리가 저보다 나은 게 많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다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하게 된 안나린(25), 최혜진(22)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진영은 "미국 투어는 골프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지만, 그만큼 다른 것들은 포기하고 골프만 해야 한다"며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