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료 인상률이 빠르면 이번 주(27~31일)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고질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 보험료를 20% 정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민부담 등을 이유로 올해와 비슷한 10% 중반 수준 인상률을 검토 중이다.
2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초 보험업계에 실손보험 인상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보험료는 시장 자율 결정이 원칙이지만, 가입자가 3,500만 명에 육박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료는 통상 금융당국의 의견을 보험업계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해 왔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금융위 의견을 반영해 실손보험료를 평균 10~12%가량 올렸다. 주요 4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 기준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 구 실손보험료는 17.5∼19.6%,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표준화 실손보험료는 11.9∼13.6% 인상됐다. 출시된 지 5년이 넘지 않은 3세대(2017년 4월∼2021년 6월) 신 실손보험료는 동결됐다.
현재 보험업계는 내년 보험료를 올해보다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3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131%)은 3년 전(122.4%)보다 9%포인트가량 올랐다. 업계는 올해 손해액이 3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보험료 대폭 인상을 줄기차게 피력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소비자 부담 등을 감안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합리적 결정인지 법에 근거해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험업계가 희망하는 20% 인상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인상률을 10% 중반대로 억제해도 실제 개별 소비자가 체감할 인상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은 갱신주기에 맞춰 3~5년치 누적 인상률이 한 번에 보험료에 반영되는 구조다. 여기에 가입자의 연령 증가에 따라 해마다 평균 3%포인트 안팎의 요율 상승이 더해진다. 특히 연령증가 인상분이 연간 5%포인트를 넘는 고령층은 내년 실손보험료가 올해보다 50% 이상 오를 수도 있다.
3세대 실손보험은 올해까지 연령증가 인상분만 적용됐으나 내년부터는 보험료까지 오를 수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에 ‘실손보험료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를 건의했다. 안정화 할인이란 2019년 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협의에 따라 1·2세대 실손보험료를 평균 9.8~9.9% 올리는 대신 3세대 보험료는 2020년 1년간 9.9% 할인해주기로 한 조치다.
업계는 안정화 할인이 올해까지 유지되면서 실손보험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안정화 할인이 종료되지 않더라도 출시 5년이 지나는 내년 4월부터는 보험료율 인상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