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시겠습니까?" (ID 준표형)
"후보 교체 기다립니다." (ID 청년의힘)
지난 1일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올라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용자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답변이다. 청년의꿈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홍 의원이 청년과 소통을 표방하며 만들었다. 지난달 14일 개설한 이후 4일 만에 페이지뷰 1,000만 뷰를 기록했고 이달 6일 기준 3,500만 뷰를 돌파하며 청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에서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꼽히면서, 정치인과 청년들이 꾸준히 격식 없는 의견을 주고받는 청년의꿈이 대선후보들에게 '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달 2일 '재명이네마을'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청년의꿈에 '찰스형'이라는 아이디로 "한 수 배우고 싶다"는 글을 올려 홍 의원의 조언을 구할 정도다. 대선후보 입장에선 눈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그만큼 청년 표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여야 대선후보가 아닌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홍 의원과의 소통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글이나 댓글을 참고해 정책 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이젠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또 SNS를 통해 의정 활동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보편적이다. 그러나 정치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거나 참여자들의 글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경우는 드물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의 '홍문청답(홍준표가 묻고 청년이 답한다)'과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 게시판을 통해 청년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양측이 주고받는 문답은 정치 현안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홍보'보다는 '소통'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다.
홍 의원은 정책이나 대선과 관련한 이용자들의 질문은 물론 즐겨 듣는 노래나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 달라는 사적인 물음에도 답을 남기고 있다. 일례로 '대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묻는 질문에 홍 의원은 첫 미팅 때 20초 만에 차인 기억을 소개하며 이용자인 청년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처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지난 19일 기준 '청문홍답'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은 1만 개를 넘어섰고, 홍 의원도 1,700개 이상의 질문에 답하는 등 살뜰히 관리하고 있다.
'청년의꿈' 이용자인 이모씨(25)는 "정치인과 소통하는 데 진입장벽이 이렇게 낮은 줄 몰랐다"며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청년의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정치인과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이전처럼 정치 참여를 위해 정당에 가입해야 하는 절차가 불필요해졌다. 진보·보수 등 이념에 대한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청년들이 특정 이념과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에 속하기보다는 '내 이슈'에 반응하는 정치인을 찾아 호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반응 속도도 정당을 통한 참여보다 신속하다. 국민의힘 소속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청년의꿈에 가입해 "청년들의 감수성을 배우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한 이용자가 맥주 회동을 요청하자, "쪽지주세요"라며 곧바로 승낙의 댓글을 남겼다.
청년들도 플랫폼에서 주고받은 의견들이 반영되는 사례를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얻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청년의꿈에 한 학부모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백신 접종을 아이들에게 강제한다는 건 부모 입장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에 호응한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알았다"고 답변한 지 하루 만에 법안 폐기를 알렸다.
다만 현재로선 정치인의 온라인 플랫폼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년의꿈의 이용자들이 주로 2030세대를 겨냥하고 있지만, 남성 중심의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세대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있는지 물음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들이 주요 이용층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홍 의원이 만든 플랫폼인 만큼 내부 게시판에는 홍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용자가 직접 칼럼을 작성하는 '칼럼 게시판'과 정책 제안을 요구하는 '해줘 게시판'에 올라온 다수의 글들은 홍 의원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하다. 최저임금제 폐지, 할당제 폐지, 군가산점제 도입 등 홍 의원이 주장한 정책을 찬성하거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됐음에도 아직까지 '후보 교체' 주장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홍 의원의 지지층만 적극 활동하는 일종의 '팬클럽'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의원은 경선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살리면서 장기적으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년 세대들의 다양한 불만을 홍 의원에게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완성도 높은 정책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에 속한 정치인이 만든 공간인 만큼 모든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다만 "청년의꿈은 진솔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는 노력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청년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주체들을 대변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책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