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그만,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

입력
2021.12.27 00:00
26면
상대적 우위 확인하는 '주권자의 선택'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진영논리 배격
자신에 엄중하고 경쟁자에 관대한 지도자

대선을 70일 앞두고 양당 후보 캠프 간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의 목표가 권력의 장악인 만큼 자신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상대방을 흠집 내는 시도는 선거 경쟁의 일반적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간 난타전이 '용인 한도'를 일탈하면서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비전과 좌표가 유실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향후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국정 핵심 과업의 우선순위를 판별하기 위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4강에 둘러싸인 우리의 안보역량을 어떻게 증대시킬 것이며, 21세기 안보역량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력·기술력의 보강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 후보의 입장을 접하기 어렵다. 세대별·소득계층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개입과 이에 따른 추가적 세부담을 어떻게 풀어갈지 진지한 최대공약수를 제안하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 1,000조 원에 육박한 국가채무를 어떤 기조하에서 관리할 것인지 중·장기 포지션을 설득력 있게 제안하는 캠프 간부들을 만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대해진 정부기구와 심화된 정부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시장의 효율과 정부의 개입을 최적 수준에 도달하게 할 것인지 캠프 차원의 진지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현실성 있는 미래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지방선거 수준의 단편적 지역 환심 사기나 퍼주기 약속에 매진하면서, 상대방 약점 잡기, 신상털기에 주력하는 양상이 선거 경쟁의 중심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의 미래를 중시한답시고, 청년대표를 선대위에 영입하고 과거 언행으로 인한 비판을 견디지 못해 사임하는 일, 미래 우주산업의 비전을 상징한다고 퇴역 장교를 캠프에 초빙한 후 며칠 만에 물러남으로써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은 국가미래의 향배를 좌우할 내년 선거의 엄중함을 훼손하고 있다. 선대위 휘하에 난립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가 진정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 개선에 직결될 수 있는 견고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지, 아니면 유권자의 이목을 끌려는 꽃꽂이식 '사람 끌어모으기'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G7에 다가서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핵심 이슈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대적 우위를 확인하는 명실상부한 '주권자의 선택' 과정이 되도록 후보 캠프의 자성이 긴요하다.

이 과정에서 패배하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 진영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해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기존의 국정 시스템이 전적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운영의 연속선상에서 타협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후보자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진영의 수장(首長)'으로 비치는 당파적 조명에서 과감히 탈피해 협치와 포용의 자세를 주도해야 한다. 후보 자신이 이러한 대승적 자세를 선도하지 않고서는 어떤 선거 결과가 나와도 공동체의 가치증대(Positive sum)에 기여하지 못하고 마이너스(Negative sum)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만일 통합과 포용의 자세가 결여되면 당선 후의 국정운영은 또다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선거를 거듭할수록 국론 분열 양상은 심화될 수 있다. 특히 네거티브 전략으로 승기를 잡게 된다면, 취임 후 대통령에 대한 끊임 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통한 정통성의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부터라도 시대정신을 수용할 핵심 국정방향을 제시하면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상대방에게는 관대한 '신뢰받는 공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제 상대 캠프에 대한 고발장을 들고 다니고 "사퇴하라"라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캠프 관계자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듣고 싶지 않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